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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차갑다.

category 케빈의 삶과 생각/케빈의 삶과 생각 2019. 10. 12. 19:36

벌써 가을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나는 교정 벤치에 앉아 조용히 바람을 맞고 있다.


나는 이런 스산한 바람이 좋다.


살짝 추운 이 날씨가 좋다.


여전히 낮은 뜨겁지만, 이젠 저녁은 더위로 잠못이루는 날이 없을 듯 싶다.



언제부턴가 그냥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옛날에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생각할 것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며 아무런 생각 없이 하염없이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냥 이 느낌이 좋다.


마치 머리가 하얀 백지상태가 된 것 같은 이 느낌이 좋다.


(아리야의 "The tree" 를 들으며.. ...)


최근 인생에 대한 깊은 고뇌의 시간이 있은 후, 이 증상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있는 것.


고민, 걱정, 기쁨, 슬픔, 그 어떤 감정도 없이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



최근에 중요한 일을 하나 처리한 뒤,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난 그 때 아무래도 충격이 컸던 것 같다.


문제가 해결되었어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나의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 이다.


난 여전히... 그대로이다.



너무나 긴 시간동안 이뤄졌던 학습 때문일 것이다.


마치 아무일 없는 것 처럼 행동하고, 아무일 없는 것 처럼 웃고 농담도 건내지만, 내 마음 속은 변하지 않았다.


겉모습은 바뀐 듯 하나, 나의 속 마음은 아무것도 변한 것 없다.



왜 겉은 변하였는가.


글쎄... ...


변하기 위해서 변한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변한 척 하는 것도 아니라, 



난 어쩌면 예정했던 시간까지 특별한 트러블 없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변했다면 내가 예정했던 시간도 변해야겠지만,


그 시간은 변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을 뿐.


그냥, 누군가에게 감정을 소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을 뿐.



내가 해야할 도리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용서한 것도 아니며,


나에 대한 반성도, 이젠... ...



그냥, 흘러가는 시간대로,


그냥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예정된 길을 가고 싶을 뿐인 것 같다.



인간이기에 후회도 있고, 아쉬움도 있으며, 때로는 연민의 감정도 있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내가 그런 감정들을 이성적으로 이미 모두 판단을 내린 지금, 그런 감정들은 큰 의미가 없다.


더 빨랐어야 했다.



아무 일 없이 웃는다.


아무 일 없이 놀러도 다니고, 뭔가 남이 보았을 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건 모두 겉 껍데기일 뿐이다.



나는 움직이고 있지만,


심장은 차갑게 식어있다.


냉정한 차가움이 아니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매마른 차가움이다.



겉으로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극악의 상태까지 오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난 결국 그 끝에 섰었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난 그 자리에 섰었다.



순간의 우울함이나 분노가 아닌,


냉정한 판단으로 말이다.



그래서 멀쩡히 숨쉬고 있지만, 난 지금 인생을 살고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


사선의 언덕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남은 시간을 보낸다.



가을 바람이 차갑지만 좋다.



내 인생의 10월 인가 보다.


Written by Kavin

어떤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고,


어떤 좋은 곳을 가도 감동을 받지 못한다.


어떤 재미있는 것을 봐도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맛있다고 말하며,


멋있다고 말한다.


또한 깔깔대며 웃는다.



나의 영혼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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