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빠진 타이어 때문에 먼 거리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오지 못했었다.
바쁜 시간으로 인해서 미루다가, 새벽 아무도 없는 어둠을 틈타, 자전거를 집으로 끌고 온다.
초라하다.
바람을 넣은 뒤 집에 타고 오려고 했건만, 앞 뒤 타이어 모두 바람 새는 소리가 난다.
아무리 펌프질을 해보아도 바람은 이내 곧 새어나온다.
펑크난 타이어.
삐걱 삐걱 대는 자전거를 조용히 잡고 끌고 걸어간다.
중간 중간 수리하면서 타야했지만, 언제 까지나 잘 달릴 줄 알았기에 그냥 타고 다녔다.
그러면서 자전거는 나도 모르게 하나 둘 씩 그렇게 고장 나고 있었나 보다.
원래는 앞 타이어만 가끔씩 바람이 빠지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뒷타이어까지 바람이 샌다.
타이어 뿐 만 아니라 기어도 이상하고, 체인도 좀 이상하다. 손 볼 곳이 많다.
타이어를 바꿔야할 시기인 것 같다.
구멍이 낫다기 보다는 많이 타다보니 타이어의 마모가 심해진 듯 하다.
조용한 새벽.
그렇게 자전거를 터벅 터벅 끌고 걸어간다.
그런데 왜 나도 모르게 지금 나의 이 모습이 쓸쓸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바람 빠진 맥 없이 끌려가는 자전거의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힘차게 한강도 다니고, 서울 시내의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바닥도 잘 다니던 씩씩하던 놈이,
이제는 나에게 의지해서 힘 없이 끌려가고 있다.
자전거의 숙명.
자전거는 처음에는 반짝 반짝 빛나며 힘 차게 바퀴를 굴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노화되고, 이곳 저곳 볼품없게 상처들이 생긴다.
더 새로운 자전거들도 나오고, 더 멋진 디자인과 성능의 자전거도 나온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기 역할을 한 자전거는,
어느 시점에서 그 주인에 의해서 고쳐서 더 긴 생명을 연장하든,
혹은, 아니 대부분은 그렇게 버려진다.
나의 오래된 자전거는 이제는 팔아도 값어치가 없을만큼 멋지지도 좋은 성능을 가지지도 못한다.
이곳 저곳 수리할 곳들이 있는데, 수리하다보면 이 자전거에 들이는 비용 대비, 그냥 새자전거를 사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집에 도착해서, 조용히 자전거를 바라본다.
"바꿀까... ..."
잠시 담배 한대를 피며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문제인데, 담배 까지 펴가면서 생각한다.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우울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나지막히 한마디 한다.
"좀 더 타자."
Written by Kavin.
사람은 그 가치가 떨어지면 이 세상에서 매몰차게 버려지고는 한다.
더 능력있는 사람, 더 잘난 사람으로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무기력하게 교체당한다.
나의 삐걱거리는 인생의 흔들림이, 왠지 힘 없이 끌려오는 오래된 자전거의 모습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전거를 타고 밤 길을 다니다가 넘어지기도 했고,
마음이 울적할 때 강가를 함께 거닐었었다.
오래 되었다면, 오래된 대로,
고장났다면, 고장난대로,
그렇게 타기로 한다.
너에게 수리가 필요하 듯,
나에게도 삶의 수리가 필요하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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