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지하철 막차를 타게 되었다.


나의 집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결국 몇 전거장 앞에서 내려야만 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갈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그놈의 승차거부를 당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내린 지하철 막차의 종점은 나의 중고등학교가 있는 곳 이었다.



늦은 밤. 


무거운 가방.


한 번 그 옛날, 오가던 그 등교길을 한 번 걸어볼까 고민해 봤다.


"그래... 한 번 걸어보자."



참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나의 학창시절, 별로 없던 편의점들이 구석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건물들도 모두 신식 건물들로 바뀌어 있었다.


어릴 적, 항상 걷던 길인데, 제대로 찾아가는 것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밤이라서 그렇겠지만... ...


눈감고도 가던 길이 아니었던가.



나는 이따금씩 추억의 장소를 방문하고는 한다.


별 것 없는 곳이지만, 그냥 그 곳들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런데, 정작 바로 근처에 있는 학교에는 가보지 못했다.

 

 



어떤 이유였을까.


어쩌면 나는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


이었을 지도 모른다.


초라한 지금의 내 모습이, 그 때의 꿈 많고 전도유망했던 내 모습과 극명하게 비교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별 것 없다.


어두운 밤 길.


그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곳이었다.



난 저 가파른 언덕을 무거운 가방을 매고 항상 오르락 내리락 했었다.


나이가 들어, 저 언덕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체감이 되더라.


그러나 그 때는 저 언덕길이 가파른지도 모르고 씩씩하게 다녔었다.



차비 아끼겠다고, 지하철 두정거장 되는 길을 항상 걸어다녔다.


그 때는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학교 앞으로 와 본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 때 마음이 힘든 나머지, 나도 모르게 학교를 찾아 교정 벤치에 앉아 그냥 옛날 기억을 회상했었더랬다.



그리고, 학교 쓰레기통에 나의 사랑에 대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찢고 버리고 나왔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네... ...


시간이 참 빠르다... ...



어릴 적,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친구들이 인생의 전부인 것 만 같았는데, 지금 내게 남아있는 그 때의 친구들은 별로 없다.


내가 지금으로부터 별로 오래되지 않아 연락을 끊은 친구들도 몇 몇 있기도 하다.



나의 어릴적 모습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많이 사라졌다.


아니... ...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를 않다.



나의 과거는 그렇게 시간에 뭍혀 잊혀져가고,


나의 모습은 그렇게 현실에 맞물려 지워져 간다.





언젠가는 나를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나 혼자만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옛날 친구들이 보고 싶은가.


그렇지는 않다.


그들은 아마도 내가 상당히 높은 위치의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난 어쩌면, 세상에 숨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난 여전히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생의 지옥과 천당을 너무 극명하게 살았다.


감당이 안 될 만큼 말이다.



난 어쩌면 평생 적응하지 못한 채로 살 가능성이 높다.



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인가... ....



둘 다 이겠지만, 난 벗어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고통이 따르고,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까지 사느니, 살고 싶지 않은 것.


이게 나의 마음이다.


"난 그냥 살고 싶다. 나에게 그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난 그냥 산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는지 조차, 결국 모든 것이 다 잊혀지겠지만, 


난 차라리 그렇게 잊혀져서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유난이도 힘이 든 하루다.


사람들이 말하길, 그 때가 행복한 것이다 라는 말이 체감되는 하루이다.


평탄하게 살 수 있었는데, 재수가 없는 건지 난 평탄하게 살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냥 그것이 내 운명이라고 받아드린지 몇 년 되었다.


그걸 받아드리지 못했다면, 난 아마 지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야인으로 살지는 모른다.


혹여 어떤 바람이 불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참, 하루 하루 사건이 많았던 고등학교였는데.



보통, 추억의 장소에 오면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기고는 하지만, 난 여전히 이곳을 빨리 지나치고 싶을 뿐이다.


그냥 한 번 걷고 지나온다.



그 때는 어려서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 그 때 당시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정말 그 때 세상에 당돌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과거에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는지 의아할 뿐이다.



나의 학창시절은,


그 때 당시는 즐거운 추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거의 모두 아픈 추억들 뿐이다.



아픈 추억이었기에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아픈 추억... ...



안녕.


기억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로 살아가는 것도 벅찬데, 그 때와 비교하는 시간은 순간 순간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오늘따라... ...


지금의 내가 너무 싫은 하루이다... ....


Written by Kavin


뭣도 모르고 까불고 나대던 시절.


어른이 된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던 일들이다.


그 때의 내가 진정한 나인지, 아니면 지금의 내가 진정한 나인지 난 여전히, 난 지금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다시 그 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지금의 나로 계속 살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세상은,


별로다.


과거에도, 지금도, 어쩌면 미래까지도... ...



가끔은 꿈 많던 내게 미안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된 것은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내게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환경.


내가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환경을 깰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난 과거로 돌아갈 필요성을 못 느끼는지도 모른다.



결과는 딱히 크게 변하지 않았을테니까.



미안한데.


어쩔 수 없다... ....


여러분의 공감 클릭과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구독도 눌러주시면 땡큐!


지식 경영 공장
블로그 이미지 케빈아놀드 님의 블로그
VISITOR 오늘 /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