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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친놈을 미친놈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보통,


"똘아이"


라고 혼잣말로 칭하고는 한다.


여기서는 돌아이로 하지...


돌아이들은 보통 정신나간 짓을 한다.


단순한 행동에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



카페 창가 긴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조용히 책을 보며 앉아있는데, 나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친듯이 한 젊은 남자가 내 옆 자리 쪽에 앉는다.



그러더니 미친듯이 노트북을 열어 재낀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스마트폰으로 음료수를 주문한다.


"우당탕탕!"


테이블에 몸을 부대끼며 요란스럽게도 앉는다.

뭔가 안절부절하다.


'아...정신 사나워...'


순간 나의 조용한 감정의 흐름이 깨졌지만, 이내


'뭐 급한 일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나도 뭐 그럴 때가 있거든.


정말 급하게 컴퓨터로 외부에서 업무를 처리해야할 때.


그 때 나도 급하게 노트북을 열어 재낄 일이 있으니까.



난 이 행동을 보고 그 남자를 돌아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남자가 시킨 음료수가 나왔나 보다.


막 미친듯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음료수를 카운터에서 가져온다.


물론, 기다랗게 나와 연결된 테이블을 퍽퍽 쳐가면서 말이다.


테이블은 요동을 쳤지만,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리잔에 담긴 음료수에 빨대를 꼽고 한 번 마시더라.


당연히 나는 처음에 이 모습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컵을 내려놓을 때 마다


"쿵! 쿵!"


세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적당히 세게 내려놓으면 좋으련만...


계속 세게 내려놓았다.


이 때 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그래...뭐 그럴 수도 있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급하니까...급하니까 성급하게 내려놓다보니까 그럴 수 있을꺼야.


(사람이 바쁠 때는 초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럼 그 바쁘게 하는 일을 처리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미친놈은,


3초에 한 번씩 컵을 들어서 빨대로 음료수를 마셨다가 내려놓고 마셨다가 내려놓고를 몇 십분동안 반복하는 것이었다.


빨대로 음료수를 마신 뒤, 내려놓자 마자 또 들어올려서 마시고, 내려놓자 마자 또 들어올려 마시는 것이다.


물론 쿵쿵 하면서 컵을 세게 내려놓으면서 말이다.


(보통은 한 번 좀 마시고 몇십초 텀이 있지 않나?)



누가 보면 음료수를 무한대 슈퍼하이퍼 라지사이즈를 시킨 줄 알겠다.


그 유리컵에 음료수가 들어가봐야 얼마나 들어간다고, 몇 십분동안 수백번 컵을 들었다가 쿵 하고 내려놓기를 반복한단 말인가.


(최소 200번은 넘는다.)



저렇게 마시려면,


그냥 빨대에 입만 대고 손톱만큼 마신 뒤 내려놓아야 가능한거다.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양의 음료수를 수백번 컵을 들어올렸다가 내려놓느냔 말이다.



"야....그냥 좀 제대로 마셔....이 돌아이야... 컵 좀 차분하게 놓고."


물론, 이 말을 해줄 성격은 못된다.


(난 산만한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열어 놓은 노트북 화면에 집중해라.


정신나간 돌아이처럼 계속 음료수를 마셨다가 내려놓기를 수백번 하지 말고.


지진난 줄 알겠다. 계속 요란하다.



옆을 살짝 쳐다보았다.


음료수를 다 마셔서 얼음밖에 없다.


그런데...


이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컵에 손을 댔다가 컵에 음료수가 없는 것을 보고 손을 땠다가 다시 컵에 손을 대고 음료수가 없는 것을 보고 내려놓는다. 그러다가 얼음이 살짝 녹아서 얕게 물 밖에 없는 음료수를 빨대로 조금 마시고 내려놓고, 또 몇초 뒤에 다시 들어올려서 또 마신다.


가끔은 내가 돌아이인지 세상이 돌아이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돌아이겠지.


Written by Kavin.


"그렇게 목마르면 원샷 때리고 더 시켜라. 깔짝만 도대체 수백번 씩 뭐하냐? 테이블 좀 쿵쾅쿵쾅 치지 말구... 다리는 또 왜 그리 떨고 있니..."


"케빈 니가 정신병자인거야. 신경 끄라고."


맞아.

내가 정신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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