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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책상위에서 잠이 들었다.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했었나 보다.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고 눈을 떠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있었다.


'아...잠 같지도 않은 잠을 잤네...'


잠도 불편했지만, 꿈 속의 내용이 나의 머리에 남았다.



건강이 좋지 않다보니 얼굴도 몸도 빠르게 늙어버리는 것 같다.


요즘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관리도 잘 해줘야 하는 시대라는데, 관리고 뭐고 나는 최근 10년간 피폐하게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했던 사람이 꿈에 나왔다.


어렸을 때는, 우리가 헤어졌던 이유가 그냥 보여지는 그것 자체로의 이유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지금까지 이별의 이유를 나에게서 찾아왔다.


나의 뭔가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심, 그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잘못한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나에 대한 원망을 하면서...



그런데, 나이가 이렇게 먹은 뒤 돌이켜 보면, 꼭 그 이유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위에서 꾼 꿈이 나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 했다.



나는 어렸을 적 가난했다.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 를 들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가난하게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서 겉은 부유한 척 하고 살았고,


아마도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나를 장으로 세우고는 했다.


보통 돈 좀 쓸 것 같은 사람을 장으로 세우지 않는가.



돈이 없었지만, 없어보이지 않게,


그렇게 연기하면서 살았고, 그 연기를 너무나 긴 시간동안 해오다보니, 


그 연기자가 바로 내 자신 자체가 되어버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항상 서두름이 없고 여유있는 척.

별다른 고민 없는 척.


난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살았고, 이 연기는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동일했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하면서, 어쩌면 나의 가정환경이 드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았다.


의외라는 눈치도 없었다.



나의 친척들은 부자였다.


그래서 그 친척들이 선물해주거나 물려준 옷과 신발, 각종 악세사리들은 고스란히 내게 돌아오고는 했었다.


그렇게 나는 20대 초반까지 나를 외부로 꾸밀 수 있는 옷들은 모두 나름 괜찮은 것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싸구려 옷을 입어도, 글쎄...


사람들은 내가 좋은 옷을 입었다고 생각해주었었다.


난 어렸을 적 가난하게 생긴 스타일은 아니었다.



난 살면서, 사람들이 나의 외적인 모습에 호감을 가지고 혹은, 내가 부유한지 알고 접근을 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나 자체가 괜찮은 사람이여서 나와 친해지려 했었다고 생각했왔다.


그래서 난 내가 괜찮은 성격의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오고 살았었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내가 부유해 보여서 나에게 호감을 느꼈던 것이라면...



내가 사랑했던 그 아이가 내가 왠지 부유해보여서 나를 좋아했던 것이었다면... ...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돈이나 부유한 가정환경을 기대했고, 그것으로 호감을 느꼈던 것이라면... ...



사실, 그녀와의 이별에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좀 있어왔다.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녀를 잊지 못했고, 그래서 많이 괴로워했었는데, 그녀는 완벽하게 한 번에 우리 사이를 정리했다.



좀 여유로운 연예를 원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때 당시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어린 시절이었고, 가난한 연예, 소박한 연예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녀는 그런 부족한 현실이 싫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어제 책상 위에서 꾼 꿈을 통해서....



꿈에서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부유한 다른 남자에게로 떠나버린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그녀가 나와의 이별 뒤에 선택한 남자는 매우 부유한 남자였다.


많지 않은 나이에도 정기적으로 파티도 하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는... 그런 남자 말이다.



꿈 속에서, 내가 미안하다라고 말하면서 잘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차가운 눈 빛으로 그 부유한 남자를 선택한다.


그 눈 빛은 마치 알고 보니 개털인 너가 별로다 라는 느낌이었다.



왜 난 여지껏 살면서, 그녀가 여유로운 삶, 부유한 삶에 대한 로망이 없는 뭔가 정말 순진무구한 그런 여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난 평생을 그녀가 나의 무관심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아파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그녀도 가난한 나와 이별하는 편이 낫다는 그런 현실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었을까... ...


왜 난....


단 한 번도 그녀를 돈이라는 문제와 연결시켜 본 적이 없던 걸까... ...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렴풋이 기억의 조각들이 생각난다...


나의 가난한 집을 보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그녀...


웃지도, 놀라지도 않는....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준 선물에 반응하는 그녀의 그 알 수 없는 표정... ...


그리고 함께 놀러가는 곳에 대한 그... 아주 기쁘지 않은 듯한 반응...



그녀는 부유했던 여자였다. 그래. 집이 부유했었다.


내가 스카이 의대나 법대라도 다니던 엘리트였다면 그걸로 퉁이라도 칠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부모님의 반응도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와 비슷해지는 듯 했다.


나를 많이 반겨주기 보다는, 그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차가운 반가움?

아리송한 반응... ...



난 지금까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꿈에서 그녀의 반응을 보며,


난 어쩌면 내가 생각하고 싶은 기억들만 내가 보고 싶은 부분들만 편집해서 기억하고,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환상에서 깨어나 잊어버릴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은,


순수한 사람의 결정체라는...


그런 내가 믿고 싶어하는 부분만 편집하는....



어쩌면 그녀도 이 세상의 수 많은 여자들처럼,


돈 따지고, 능력 따지고, 외모 따지는 그냥 그런 여자일 수도 있었던 것인데... ...



그녀가 그냥 내가 생각했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을 가능성 70%.

정말 내가 생각했던 내가 잊을 수 없는 후회스러운 사랑이었을 가능성 30%...



30%의 여지를 남겨둔 이유는... ...

그녀의 태도의 변화는 있었지만, 나와 함께 하는 내내 그녀가 더 적극적인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 미안함에 평생을 후회했던 것 아니겠는가... ...

 

 



하지만 그녀가 다음에 만난 그 남자는 내가 봐도 멋진 돈 많고 잘생긴 남자였다.


난 뭐 당연히 상대도 안되는....


그리고 이별 후에 물론 텀은 있었지만 적당히 빨리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는 것... ...



우리가 처음 서로를 알기 시작한 9년이...


무색해질 만큼... ...


난 그 때 그녀가 새로운 사람을 그렇게 빨리 만나는 것이 나에 대한 원망감 때문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내가 보아왔던 그녀가,


나의 삶이 연기였던 것 처럼, 어쩌면 연기속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진정한 사랑을 해보았고, 받아봤었다는 생각을 하며 평생을 살아왔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생각은 편집된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알 수 없지... ...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리고 그걸 지금와서 알아내야할 이유도 없고... ...



아름다운 추억은 그냥 내가 기억하기 좋고 편하게 그렇게 조각 조각 붙혀서 내가 원하는대로 간직하는 것도 뭐 나쁜 건 아니지.. ...


구태여 내가 허상을 가지고 진실인 것 처럼 추억해왔다고 조사하듯 파헤쳐낼 필요는 없으니까... ...



다만... ...


그녀가 돈과 배경에 적지 않게 실망했을 수는 있겠다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나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다라는 점...


그냥, 생각해 본다...


Written by Kavin



그래.


나 역시 머리가 커지면서, 사람을 만날 때 계산하게 되는데,


순수함에서 우리가 비록 시작했지만,


점점 우리도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인 문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계산을 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도 나에 대한 견적을 냈을 수도 있지.


그래서 구태여 그렇게까지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적극적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어.


그게 바로 현실이지.


반대로 생각해 보면 되는데...


내가 그녀의 입장이라면 구태여 내가 메리트가 있었을까?


어쩌면 멋모르고 나를 좋아했을 수도... ...


사실 그렇잖아.


지금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면, 그녀같은 사람이 나를 좋아할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자 마자, 결국 헤어지게 된 것 아닐까.


난 그녀가 내게 과분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그녀는 그걸 늦게 깨달은 것일 뿐... ...



인생을 살다보면 풀리지 않는 퍼즐들이 있는데,


현실이라는 요소를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그 퍼즐들이 귀신처럼 쉽게 풀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난 그녀에 대한 풀리지 않는 퍼즐들이 있었다.


왜 내게 그 때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그 때 저렇게 행동했었지 등등 말이다.


어제 하루 현실이라는 요소를 대입시켜보니 좀 풀리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그렇다하더라도, 내가 온전히 풀어낼 수 없는 이유는,


내 잘못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나의 잘못이라는 변수가 현실을 대입해도 풀 수 없게 만든다.



난 허상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치 가족에 대한 허상으로 평생을 고생했던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허상을 발견하는 것은 결국 해결해 낼 수 있었다.


난 가족들에게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잘못이라는 변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허상은 어쩌면 결국 발견해 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의 잘못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뭐하러 이걸 생각하고, 따져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그녀마저 허상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그녀마저 허상이라면,


나의 아름답게 기억되는 추억들은 모두 거짓이 될테니까... ...


현실이라는 벽 앞에 왜곡되고 날조된 거짓 추억.


난 그걸 믿고 추억에 살던 바보 멍청이일 테니까... ...



그리고...



만약 그녀마저 허상이라면,


난 아마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계산하여 견적내는 인간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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