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이제서야 내 눈에, 회사를 퇴사하고 있는 40대 남자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옛날에는 신경쓰지 않고 보았던 모습들이, 이제는 내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확실히 젊은 세대들보다 이 세상에 대한 빠릿빠릿한 적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인생 경험, 사회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민첩하게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의류회사에서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쌩뚱맞은 분야이겠지만, 나름 패션업계 종사자였다.


그 때 회사 상무님이 신입사원들을 불러 놓고 해준 말이 있다.



"내 동기들은 모두 퇴사를 하고, 이제 나만 남았다. 그 때의 내 동기들은 저마다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금 비교해 보면 회사에 오랫동안 남아있던 나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자네들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는 그런 직원이 되었으면 한다."



그 때 당시만 해도 먼 시간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드렸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우리 동기들도 상무님의 말에 어느정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회사생활 그만두고 사업하면 고생이다."


라는 말을 아주 오래된 세대가 아닌 나 처럼 낀 세대들은 자주 들어왔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 회사 생활은 오랫동안 해야지."



우리들은 암묵적으로, 회사를 중년에 그만두고 퇴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경쟁에서 뒤쳐진 패배자라고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다소 그런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40대 쯤 되면 사람들은 직장을 퇴사하는가.


그런데, 난 그 40대들이 이해가 간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자존심" 이라는 것이 생긴다.


우리가 나이 든 사람들이 "꼰대질" 을 한다고 말하는 것 처럼, "자신만의 어떤 철학 따위" 같은 것이 생기고, 그것이 굳어진다는 것이다.



그 꼰대라는 것이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부정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고, 반성과 자아성찰로 발전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회생활 속에,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급자가 있는 집단" 속에서 생활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는,


"지적질과 간섭"


때문이다.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사회생활도 할 만큼 했으며, 가정에서 아니면 다른 기업을 제외한 여타 다른 조직속에서 나름 "어른 대우"를 받고 있는 본인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여전히 "지적당하고 교육당하는 애취급" 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애취급"


"교육"

"케빈씨. 이건 이렇게 처리하시면 안되죠. 그건 기본이란 것 아시잖아요? 아 그리고, 이것 챙기셔야 하고, 저것 챙기셔야 해요. 알고 계시죠?"

(알지. 나도 알아. 내가 당신 보다 더 잘 알지. 누가 몰라서 안하냐...)


그래. 


사람이란 평생 배워야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평생 배워가며 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교육을 하는 주체가 자신보다 어린 사람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그리고 직급이 올라가면 갈 수록, 나이 순서대로의 체계가 아닌 오히려 나이 상관없는 체계속에서 일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고객사 담당자가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어렸을 때, 나의 고객사 담당자가 나보다 나이가 많든 어리든 사실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어짜피 그 사람이 나보다 어리다 한 들, 나도 어린 편이기 때문이다.



"어린 편에 속한 시절"


에는 나이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많아질 수록, 너무 많은 격차로 나이가 적은 사람을 상사로 혹은 고객으로 모셔야할 상황들이 점점 증가한다. 심지어 바뀐 대표이사나, 사장도 자신보다 어린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요즘, 거의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2세 경영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2세 경영을 위해 회사를 인수받는 오너의 아들이나 딸들은 그 회사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아 왔던 부장이나 이사들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교육을 받고 지적을 받고 때로는 무시를 당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직장을 벗어나서는 "어른, 아저씨 취급" 을 받는 사랃믈이 막상 회사에서는 "아직도 교육을 받아야할 어린 대상" 취급을 받으니 아마도 40대의 직장인들은 그 안에서 혼란스러움과 심적 갈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집안에서 가장 어른인 가장이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족 구성원 중에 가장 어른."


집에서는 근엄한 아버지.

집에서는 멋지고 근사한 아버지.

하지만 직장에서는 욕 처먹는 직원 중 한명.

(참고로 욕을 안먹을래야 안먹을 수가 없다. 누군가의 밑에서는 내가 아무리 잘해도, 윗사람이 절대 나에게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적인 생활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가 바로 40대 라는 생각이 든다.


30대는 여전히 사회에서


"그래도 청년"


이라는 수식어를 붙혀주지만, 


40대는


"그냥 이제 50대가 되기 전의 나이 많은 아저씨."


취급을 하기때문이다.



40대 직장인들의 퇴사의 이유.



더 큰 꿈을 위해서라는 목표도 있겠지만, 그 목표가 어찌 되었든 간에, 그 안에는 항상


"이 나이 먹고 무시당하는 것이 더럽기 때문."


이라는 이유가 내제되어 있을 것이다.



"나이 먹고 욕먹는 기분."


나도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보니 그 기분이 참 힘든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 먹고, 누군가의 밑에서 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견녀낼 수 있으면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고, 그걸 견뎌낼 수 없다면 직장생활을 그만 두는 것이다.



길거리를 오가면, 수 많은 자영업자들이 신규 매장을 오픈하고 폐업하기를 반복한다.


오늘도 우리 동네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던 각종 상점들이 사라지고 또 새로운 상점들이 신규 오픈을 한다.



이런 자영업자들의 실패가 아직 젊은 친구들에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아... 정말 저런 사람들 밑에서 따까리 하는 것도 못해먹겠네. 나도 회사 때려치고 사업이나 해볼까?"


하는 시점이 생기는데, 그 때 부터 슬슬 자영업자들의 흥망성쇄가 눈에 띄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부터 난 사장이다. 더 이상 당신 구두나 닦아주는 따까리가 아니라고!"

(패기 있게 직장을 퇴사해서 사업이라는 화려한 이름 하에, 치킨집, 피자집을 개업하는 40대 직장인들.)



내 눈에 그런 모습들이 계속 밟힌 다는 것은 나도 나이가 이미 들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회사 떠나면 고생.

퇴사하면 고생.


아마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이야기를 내 시대보다 더욱 더 많이, 훨씬 많이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러니까 "안정적인 공무원"을 최고의 직장으로 삼고 있지 않겠는가.



누군가의 밑에서 평생 부하로 산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나도 짬 좀 됐는데... .... 이런 말과 이런 대우를 받아야돼?"


마치 당신들이 군대에서 병장임에도 불구하고, 보급관이나 장교들에게 똑같은 교육질을 받는 것 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밑에서 평생 부하의 역할을 하며, 바지 사장 역할을 하며 사는 것.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사는 것.


그것을 평생 하고 산다는 것이 인내의 결실이기는 하지만, 과연 그렇게 평생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아마 이런 질문을 40대의 직장인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던져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삼각형 피라미드 구조인 직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남자 직장인들은


"그래. 밑에서 따까리만 하고 살 수 없잖아.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하면서 회사를 떠날 것이다.



회사에서 상사 역할을 하는 나이 많은 간부들이 젊은 직원들보다 극소수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아마, 나 역시도 이제 곧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인생의 새로운 실패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수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것 처럼 말이다.



하루 하루, 출근을 하면서 전날 술 한잔을 혼자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버리자. 버리자. 자존심... ..."



나이가 어렸을 때 직장생활에서 느끼던 그 힘겨움과는 다른 느낌의 힘듬이다.


(사람은 나이가 먹으면 먹을 수록 보통 자존심이 강해진다. 젊은 사람의 마지노선인 30대를 벗어나 사회에서 처음으로 찬밥신세 취급받는 40대가 된 남자들은 그 경계의 변화속에서 적응하기 어려워지고는 한다.)



그냥.


나 역시 나이 들면 서럽다라는 것을, 40대 직장인들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그 세상이 말하는 꼰대라는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어주는 것 같다는 것에 씁쓸하기도 하다.


"나이 들면 너희도 나처럼 될꺼야."


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듣지 않던가.



난 절대로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살고 있지만, 내가 그 나이든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좀 비참해지기도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40대 남성들의 직장생활에서 부장, 차장, 이사 등의 회사에서 상위직급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질하는 사람으로 멀리하고, 꼰대 취급 받고 멸시와 분노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이 현실에 살짝 토를 달아보는 것이며, 


또한 40대 남성들이 사회와 가정에서는 이제는 늙은 사람, 어른 취급 받으면서 회사에서는 아직도 애취급을 받는 대조적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많은 심적 갈등과 고통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나이가 먹어가면 갈 수록, 사회와 조직에서 찬밥신세가 되고 적응력이 뒤떨어지는 현실과, 이제 어느정도 인생에 대한 경험과 자신만의 철학이 생긴 나이에 언제나 지적과 교육, 훈계, 관리의 대상취급을 받을 때의 그 자존심의 상처를 말해주고 싶은 것 뿐이다.



난 이런 심적 갈등이 젊은 당신들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확률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당신이 더욱 잘나고, 더욱 자존심이 강하면 강할 수록, 오히려 당신이 일을 잘하고, 더욱 완벽한 사람일 수록 이렇게 40대에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사업이나 해볼까 하는 고민을 가지게 될 것이란 말이다.


그래서,


아빠, 혹은 당신의 가족이나 친지가 40대의 남성 직장인이라면 그들을 향해 격려와 위로의 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이해심 있는 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지금의 직장이 당신의 평생직장이라는 섣부른 결정과 안심속에 살기보다는, 주말이나 짬이 나는 대로 항상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겠다.


난, 사실 직장에서 거의 욕을 먹어본 적은 없다.


강하고 공격적인 어투의 지적 같은 것 말이다.


대부분 차분한 말투의 지적을 받아왔다. 이상하게도 내 상사들이나 고객들은 나에게 공격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남들이 보면 차별받는 직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따라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 한 마디의 가벼운 지적들도 자존심에 비수처럼 꽂힌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세상의 어른 처럼 인생과 사회를 논하다가 막상 직장에서는 다시 훈계를 받아야하는 대상이 되는 것은 꽤나 어색한 일이다.


더 나이가 들어도, 내 위에는 상사가, 그리고 더 나이가 든다고 해도 내위에는 언제나 상사가 존재할 것이다.


내가 오너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오너가 된다는 것은 로또를 수십번 맞아도 불가능할 것이다.


"미리 미리 준비해둬야지. 나 역시 치킨집을 차려야할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 케빈 말 처럼, 일을 더 잘하고, 더 인정받는 사람일 수록 회사에서 퇴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으니까."


참 애매한 시기이다.


40대.


젊은 친구들이 늙었다고 껴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인들의 공간에도 끼지 못하는 애매한 나이대.


40대, 50대 남성.


하지만, 그들의 본질은 사회에서 어른이다.


그래서, 어른대접 받기 위해 스스로 직장을 나가 사업을 하는 것이다.


자기 사업을 하면 적어도 자신은 어른이라는 본연의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잘못해서 돈을 못벌면 못버는 것이고, 내가 잘해서 돈을 잘 벌면 잘 버는 주체적인 어른으로써의 인간.


그것이 되고 싶은 것이다.



당신이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40대가 되면, 인생에서 새로운 시련이 찾아올 수 있다.

인생은 40 부터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로운 도전과 시련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는 이 시점이 오기 전에,

여러분들은 부디 현명한 준비를 해나가기를 빈다.


Written by Kavin


나이 먹고 꼬박 꼬박 남의 돈 먹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네네치킨 체인점으로 할까?"


여러분의 공감 클릭과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아래 구독도 눌러주셔요!


지식 경영 공장
블로그 이미지 케빈아놀드 님의 블로그
VISITOR 오늘 /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