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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쇼핑몰을 보면, "생수 택배" 를 시킬 수가 있다.


나도 마트에 갈 때면 가장 신경쓰이는 상품이 바로 "무거운 생수" 이다.


별 것 산 것도 없는데, 생수 하나 사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를 가지고 나서야 한다.


만약 생수를 살 것이 아니었으면 차는 필요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생수를 한 번에 왕창 쌓아놓기에는 집이 창고도 아니고 마땅한 공간도 별로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온라인 쇼핑으로 "생수 택배" 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 좋은데?"


가격은 오프라인에서 구입하는 것과 크게 차이 없고, 브랜드 네임 역시 다소 부족한 생수였지만, 뭐 물에 설탕이나 소금을 뿌리지 않는 한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그래서, 생수 택배를 시키려고 하는데, 그와 동시에 관련된 검색글들이 나온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택배 아저씨 힘드신데 물 택배로 시켜도 되나요?"


"개념 없이 물은 택배로 주문하지 말고 자기가 알아서 마트에서 직접 사서 마십시다."


였다.

(생수 택배를 주문하는 고객은 무개념인가?)


음...


나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버젓이 온라인 쇼핑몰, 가령 쿠팡이나 위메프 등에서 생수를 판매하기 위해서 메뉴에 등록을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방이 있다는 것에 의아해 했다.


또 이런 경험담도 있었다.


"생수를 한 번에 많이 주문하니까 택배 기사 아저씨가 째려보더라고요."

"생수를 1묶음만 시키니까 다음에는 1묶음씩 시키려면 시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생수를 한 번에 많이 시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택배기사가 자신의 집에 생수를 배달해주며 보였던 반응에 대해서 글이 적혀 있었다.


흠...



특히 여자들이 고민이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온라인 상에서 생수를 배달시키는 사람들을 무개념 취급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또 어떤 여자의 생수 주문배달 후기를 보니, 더 어처구니 없는 글도 적혀 있었다.


"저는 택배기사님들 힘드실까봐 마트에서 배달시켜 먹어요."


이건 무슨 기적의 논리인지...


 

 


자.


고작 생수 배달 하나로 이러한 고민과 논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자기들이 팔겠다고 해서 올려놓은 상품을 소비자가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 일 뿐."


이다.


팔기 싫으면 안팔면 그만이며, 택배 기사들도 혹여 생수배달은 하기 싫다고 한다면 택배를 그만 두면 된다.



생수 주문을 하는 고객이 오히려 판매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꼴을 보면, 당신들이 이상하게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돈을 지불하고 눈치를 본다라...



언론에서 택배기사들이 힘들다는 뉴스를 도배하고는 한다.


물론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과거에도 적었다시피, 택배기사 뿐 만 아니라 그 어떤 직업도 모두 힘들다.


택배기사들이 아르바이트 수준의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일반 젊은 중소기업 청년 직장인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독 택배기사들을 배려 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배려하려면 모든 직장인을 동등하게 배려해야지.


왜 눈치를 보는가.



특히 택비기사가 생수 배달을 하면서 고객에게 뭐라고 핀잔을 주었다면 그 사람은 어떤 회사의 직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당장 택배기사 때려치고 다른 일 해야 할 사람이다. 



그건 마치, 당신이 대형 마트에 갔는데, 대형 마트 캐셔가 


"나 계산하기 힘들게 뭐하러 물건을 이렇게 많이 사요? 다음부터 적게 사세요."


라고 하는 꼴과 같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만 힘드시고, 마트 배달사원은 초능력이 있어서 힘들지 않은가? 결국 그 건물 올라가는게 힘들다는 건 똑같은건데?)


그리고, 생수 택배 시키기가 미안해서 마트에서 배달시켜 먹는 다는 사람은 또 무슨 논리인가.


그럼 마트에서 배달하는 사람의 생수는 가벼운 것인가?


마트에서 배달하는 직원은 천하장사라서 생수가 가벼운가?


마트 배달 직원과 택배 직원과의 차별을 두는 것인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식품 관련 유통이나 쇼핑 관련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생수란 미끼 상품"


이다.


다시 말해서, 생수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생수를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을 유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수는 생필품 중 하나이며, 어쩌면 매장에서도 이윤이 적게 나고 물건 받고 나르기도 불편한 상품이지만, 그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그 매장, 혹은 그 쇼핑몰을 앞으로 계속 이용하게 될 가능성, 혹은 바로 다른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더라고 미래에 재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도 별로 안될 것 같은 생수를,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렇게 판매하는 것이다.



당연히 인간이기에 미안해 할 수 있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무슨 힘든 택배기사님을 위해서 음료수를 준비해뒀다느니...


그래.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발적인 것이어야지, 암묵적인 강압이나 눈치에 의해서 행해질 것은 아니다.

 

 



내가 과거에 마트 배달 일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하필, 배송지가 저기 산동네 윗쪽이다.


차를 댈 수도 없고, 대량의 배추를 일일이 날라서 가져다 주었다.



내가 고객에게 화를 냈을까?


그깟 배추 가격 얼마나 한다고.


당연히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다 가져다가 쌓아드리고 나왔다.



그럼 그 산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직접 배추를 다 날라서 사먹어야겠네.


가난하니까.


돈이 없으니까?



우리집은 엘레베이터가 없어요?


우리집은 아파트가 아니어서 계단으로 올라와야 돼요?



우리 남편 보고 사오라고 할 걸 그랬어요.


남편은 무슨 천하장사인가.


당신의 종인가? 



그냥 택배기사가 무서운 것 아닌가?


화낼까봐. 짜증낼까봐.


그걸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음료수도 가져다 놓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물배송을 시키는 사람에게 또 훈수질을 하는 사람들은 또 무엇인가.


택배기사님들이 힘들다고 편을 들면서 말이다.


(이딴 말을 적으려면 뭐하러 생수를 판매하고 있고, 그 택배기사라는 사람은 뭐하러 그딴 회사에 다니고 있는가.)


왜.


택배기사님들 월급 천만원씩 주자고 청와대 청원을 올리지 그러나.


세상에 힘든 일이 많다.


세상에 힘든 일이 너무 많다.


택배만 힘든게 아니라, 세상에 힘든 일이 너무 많다. 당장에 당신 아버지, 당신 아들, 당장에 당신 남편이 더욱 힘들고 고된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다.


택배가 월급 150 만원 가져가는 일이라면 모를까, 그 사람들이 그 돈 받고 운전하면서 물건 나르겠는가.


수지타산이 안맞는 사람은 안하는 것이고, 타산이 나오면 하는 것이 택배일이다.



자신의 상황이 받쳐준다면, 센스있게 생수를 편한 곳에 둘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것이고,


자신의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당신의 탓이 아니란 말이다.


당신이 생수 택배를 위해서 지상 1층 전원주택에 교통이 쾌적한 교외 지역으로 이사갈 것인가?



당신 남편, 당신 동생, 당신 오빠, 당신 아버지 출근 길에 따뜻한 커피라도 건내 주지 않으면서, 무슨 택배기사들에게는 그리도 선한 천사가 되려고 하는가.


주문하는데 눈치 보지 마라.


그리고 주문하는 사람에게 눈치 보라고 훈수를 두지도 마라.



"택배 기사님들 힘드신 것 아닌가요?"


이런 질문도 하지 마라.


그럼 안 힘들겠나?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생수 택배기사가  부탁조로 


"죄송한데 한 번에 이렇게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했거나, 혹은


"죄송한데 조금 나눠서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요청했다면, 그런 것은 정당하다.



그런데,


택배기사가 인상을 찌풀이고 고객을 대하거나


짜증투로 고객에게 말한다면,


그건 가차 없이 그 기사가 XXX 이다.



고객인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말이다.


고객이 가난한 산동네에 살면 생수 배달 시켜먹을 자격도 없다는 소리인가.


당당하게 시켜라.


아니다 싶으면 시키지 말고.


그 뿐이다.



Written by Kavin

(택배기사의 고충이 무엇인지 나도 유통업계에서 일해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택배기사가 전적으로 가장 힘든 직업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동량으로 인해서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택배기사와 회사간에 합의하고 인력을 충원하든 급여를 인상하든 해서 해결할 문제이다.


그것을 고객에게 전가해서 분풀이를 하거나 화를 내는 택배기사라면 그건 택배기사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난 그렇게 배송 관련되서 짜증을 내는 택배기사님을 본 적도 없다.)



논쟁의 여지가 없다.


솔직히.


물 2묶음에서 4묶음 가지고 고객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택배기사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설령 있다면 그러지는 말자.


그래. 하루종일 물만 배송하면 힘든 것 안다.


그럼 이제 택배를 하지 말아야 할 때라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까지 힘도 없는데 택배를 하겠는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배송 기사 구하는 회사들은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


구태여 당신이 생수를 배송해야 하는 택배일을 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택배를 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가끔 남자들 중에서, 생수 시켜먹지 말라고 직접 사다 먹으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의견은 쓰레기통에 버려라.


뭐가 고객으로써의 권리이고 의무인지 사리분별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배려는 배려이지, 의무가 아니다.


감사는 감사이지, 의무가 아니다.



나도 과거 우리집에 무거운 물건이 배송왔을 때,


택배기사님께 내가 들고 올라가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해도 되고, 안해도 될 행동일 뿐.


그냥 난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었을 뿐이다.


내가 그랬다고 해서, 택배기사를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무개념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난 배려를 강압적으로 유도하는 사람들의 위선을 싫어하는 편이다.


타인에게 기부를 하라느니,


타인에게 사회봉사를 하라느니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택배일은 힘들다. 그럼, 불쌍하다고 동정의 눈길로 보지 말고, 가치있는 직업으로써 존경의 눈빛으로 보던가.)


정작, 택배일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무시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동정어린 행동에 스스로 멋지다고 SNS 글을 올리는 것인가?


음료수를 줬다.


뭐를 줬다.


등등 말이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


그래서 난 택배기사를 동정하지 않는다.


단지 내게 서비스를 기분 좋게 제공해주는 기사님께 감사할 뿐이다.


가치 있는 일 아닌가.



PS : 


그런데...

난 생수를 시켜먹지 않고, 거의 내가 직접 사서 들고 온다.


이건 단지 내가 그 업계에서 일을 해보았고 그 쪽 시스템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콜센터 업계에서 일해본적도 있기 때문에, 콜센터 직원들의 고충을 알고 잘 대하는 것 처럼...


여러분의 공감 클릭과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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