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난 어쩌면 평생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부모님 눈치, 친구들 눈치, 여자들 눈치, 상사 눈치, 후배 눈치.


그러다보니 삶이 참 고단하더라.


그냥 하루 일과가 끝나면 모든 것이 피곤했다.


사람들은 내게 왜 피곤하냐고 묻고는 한다.


그럴 때 마다 내 입에서는 자동으로 나오는 말이 있었다.



"그냥. 피곤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 이렇게 피곤한지.


친구를 만나도 일이고, 회사에 나와서 동료와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일이다.


내겐 모든 것이 일이었다.


"피곤해.... 친한 동기들 모임이라도 가기 싫어.... ...."



아무일 없이 좋은 관계를 맺지만,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기피했다.


사람들은 성격도 좋고, 괜찮은 사람 같은데 나의 이런 의외의 모습에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끝나고 술 한 잔 할까?"



그런 권유에 나는 거의 한 번도 한 번에 술을 마셔본 적은 없다.



"나중에. 오늘은 좀 일이 있어서..."



일은 없었다. 집에 가면 자는 일. 그냥 누워있는 일.


그게 전부였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핑계를 대고 술자리를 피했다.

 

 



사람들하고 만나는 일.


만나는 일.


일.


그래. 내게는 일 이었다.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하면 나는 나의 모든 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항상 타인에게 맞춰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뜻은,


난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뻔한 조언을 들으면서도 웃으면서 새로운 것을 듣는 것 마냥 경청하기)

(정신체력 -10% 감소)



때로는 상대방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기 싫고,


때로는 상대방의 요구에 무표정으로 대하고 싶기도 하다.


쓸데 없는 말에는 대꾸도 하기 싫기도 하고,


재미 없는 이야기에는 재미없다고 말하고도 싶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일일이 반응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


그러다 보니, 난 사람들과의 만남이 피곤하다.



물론, 그들이 원치 않는 대답을 해줄 수도 있겟지.


그럼 분쟁과 갈등의 시작이다.


내가 사람들과 별다른 다툼 없이 평생을 살아올 수 있는 이유는, 난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주로 해주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후배가 들어왔다.


나도 뭔가... 선배인지라 선배처럼 대하고 싶기도 하다.


가령, 후배의 태도가 마치 자기가 선배인 것 마냥 하는 경우가 있다.



"선배님~"


이런 것 말고, 뭔가 퉁명스러운 후배들 말이다.



그 때는 나도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야. 후배면 좀 후배답게 좀 할 수 없냐?"


라고 말이다.


뭐 나도 꼰대인가 보다.


우리가 흔히 후배들에게 요구하는 "액션" 이런 것 말이다.



그런데 가끔 선배들보다 훨씬 느리게 행동하고 훨씬 거들먹 거리는 후배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때는 쓴소리를 해주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나는 아무말 하지 않는다.


결국, 그런 지적은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갈등이 가져오는 귀찮음과 고통.


나는 어려서부터 배워왔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갈등 자체가 싫다.


난 상대방에게 그냥 맞춰줄 뿐이다.


차라리 내가 좀 피곤한 게 낫지, 갈등으로 서로 감정이 다치는 것이 더 싫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좋아하는 선배가 되어버리지만, 과연 그 모습이 내가 진정 원하는 모습일까... ....


(어이 없는 후배의 행동에도 진짜 너무 심한 것이 아니면 다 참고 넘어간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상대방에게 맞춰주면 피곤하고, 내 의지대로 행동하면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그래서 난 그냥 그런 만남 자체를 최대한 회피해버리려고 한다.



훗 날... ...


돌이켜 생각해 보니, 결국 내게 남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그래도 가능한 한 내 생각대로 말할 수 있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


연기가 너무 필요한 사람들은 그 때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의무감으로 만나지만, 결국 긴 시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제까지 연기로 맞춰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직장도 마찬가지이다.


내게 너무 많은 연기를 요구하는 회사보다, 적어도 내가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회사에서 더 롱런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람관계도, 조직생활도, 결국 연기만으로 살아가기에는 그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니면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 자신의 정신건강을 크게 해치거나 말이다.



모든 것을 당신의 마음대로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러나, 10개의 언행 중에, 적어도 3개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한다.


상대방에게, 조직에게 7을 주더라도, 3 정도는 내가 내 편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정도면 배려 아닐까?



난 거의 10:0, 9:1 로 상대방에게만 맞춰주는 삶을 살았다.


그 기간 동안 당연히 사람들에게 대한 평가는 우수 라는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닌 나로 살기 때문에 그 지속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려는 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본성을 모두 억누르고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한 자신의 평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너무 불편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자.... 그냥 가르쳐주면 되는걸 가지고, 돌려 돌려 돌려 돌려 설명해주면 뭐 또 어쩌자고!!"

(참아야 한다.)


그래.


난 여러분들이 소위 말하는 뭔가 눈치보는 겁쟁이일 수는 있다.


그런데, 난 치고 패고 싸울 때 맞기 싫어서 떠는 겁쟁이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유독 겁쟁이인 부분은,


"갈등이 일어난 후의 그 어색함..."


이다.


난 그 어색함이 너무 괴롭다.



친한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그 뒤에 화해를 해보지만,


다시는 이전 처럼, 그 뭔가 그 원래의 느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것.



어릴 때, 그런 것을 몇 번 경험해보다 보니,


그 어색함이 너무나 싫더라...


내가 상대방에게 눈치를 봐줘야 하는 그것 뿐 만 아니라,


특히 상대방이 이전과는 달리 나의 눈치를 보는 것 말이다.


그 때의 그 느낌... 그 어색함...



신나게 까불고 놀던 아이가, 어느 순간 어머니에게 혼이 난 뒤 입다물고 조용히 생활하는 느낌... ...


 

 


그러나, 


처음부터 나의 일방적인 연기와 배려로 만들어진 우정과 인간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나도 내 뜻대로 상대방에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가능하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려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배려하면 결국 자기풀에 죽어 그 관계는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난 사람들을 엄청나게 많이 관찰해 보았던 사람이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워 했었다.


그 이유 중 많은 부분은


"나는 이렇게 참고 살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아주 지 멋대로 행동하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참고 살고 있는데.... ...."


난 내가 참고 사니까 너희들도 좀 참고 살 수 없냐는 식의 보상심리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오늘 문득 생각이 든다.


"너무 상대방의 눈치 보지 말고, 자기 멋대로 살겠다는데 뭐... ... 그러라지 뭐..."


라고 말이다.



미친X.

돌아이.


그들은 그냥 자기 멋대로 살고 있을 뿐이다.


"어우 저 미친XX..... 또 돌아이처럼 행동하네..."

(생각해보면 그 돌아이는 그냥 자기 멋대로 정신건강의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더 정신병에 걸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난 어쩌면, 내가 가진 사람의 본성을 너무 숨기며 살다보니,


나의 내적인 면에서 깊은 병이 생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참고 살고, 너무 티내지 않고 살고, 너무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다 보니, 나의 내적인 정신이 더욱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니 멋대로 살아라.


어짜피 인생은 당신의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사방 팔방에서 훈계를 하지만, 신경쓰지 말아라.



착한 사람은 참는 사람이라는 뜻.


참는 사람은 마음의 병이 심한 사람이라는 뜻.


자신의 마음의 건강은 당신이 스스로 관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길게 보고 어느 정도는 네 멋대로 해라.


결국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조직이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눈치.


적당히만 봐라.


너무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지 마라.


만약 많은 것을 상대방을 위해서 맞춰줘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 관계의 끝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헌신을 해도 좋지만,


헌신을 한 노력에 대해서 정도껏의 대가는 받아라.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 쉬고,


피곤하면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라.


배가 고프면 간식도 사먹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도 가라.


급한 일이 있으면, 내일 좀 쉴 수 없겠냐고 말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일찍 좀 퇴근한다고 말해라.


쓰잘머리 없는 선배의 훈계에 필요없다는 식의 표정도 짓고,


어이없는 참견을 받으면 기분 나쁘다고 말해라.



다 참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적 받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고.



정도 껏 지적 받아라.



그래야지만,


오래 갈 수 있다.


Written by Kavin

(성질도 내고, 네 멋대로 하는 부분을 가져라. 그걸 전혀 받아주지 못하거나 그걸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는 곳이라면 당신과 오래 할 수 없는 인연일 가능성이 높다. 7:3. 적어도 30%는 네 멋대로 해라. 모든 것을 희생하면, 너의 정신이 먼저 골로 갈 것이다.)


여러분의 공감 클릭과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지식 경영 공장
블로그 이미지 케빈아놀드 님의 블로그
VISITOR 오늘 /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