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토요일.


전 날 술을 마셨다.


요즘에는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영 맥을 못춘다.


다음날 아예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맥주 한모금 마시는 것도 조심스럽다.



토요일에 오후에 출근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나는 오후에 나가도 된다는 생각에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전 날 술을 마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 


지하철로는 절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쩌지... ... 그냥 늦을까?"



이제 나도 나이가 있는 만큼, 어느 시점부터 늦는 것이 싫어졌다.


어렸을 때는 그냥 애교로 늦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뭔가 늦으면 바보 처럼 느껴지는 시점이다.



"절대로 늦을 수 없어..."



직장이 서울에 있다보니 나는 출근길에 100% 지하철만 이용한다.


버스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편이고, 지하철이 딱 정시 출발, 정시 도착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깔끔한 맛이 있다.

 

 



그런데, 지하철로는 이거 답이 없다.


순간, 나는 택시를 생각해 냈다.


요즘은 회식도 일찍 끝나는 편이라, 퇴근 시 택시도 거의 탈 일이 없었고, 나는 그렇게 택시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직장까지 거리가 좀 있고, 토요일이기 때문에 밀릴 것을 감안한다면 이거 원, 택시비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래도, 늦어서 쪽팔리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지하철 타면 100% 늦으니까, 택시로 한 번 도전해보자. 재수 없으면 더 늦는거고, 재수 좋으면 일찍 도착하는 거고."



어짜피 늦는 것 10분 늦으나, 30분 늦으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재수 좋게 늦지 않을 수도 있는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교통지옥 서울. 주말에는 차로 가득하다.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



내 차로 주말에 내 직장 근처를 놀러가 본적이 있는데,  1시간 10분 정도를 잡아야 한다. (안막히면 빠르겠지만 막히는 것을 감안한다.)


그래서 택시를 선택한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20분.


딱 10분전에 도착해서 회사 계단을 딱 올라가면, 딱 5분전 도착.


이게 나의 목적이었다.



지하철 타면 무조건 10분 지각.


택시타면 5분전에 도착할 수 있다.


주말에 이게 뭔 혼자 쌩쇼인가... ...


금요일에 친구와 술 한잔 한 나를 원망했다.


차라리 토요일에 마실껄 하면서 말이다...



일단 택시 타기 전에 도로 정세를 살핀다.


"젠장... ... 내가 알고 있는 길 쪽은 막혀 있네... 이거... 지각 feel 인데... ..."


약간의 좌절감과 함께 택시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일단 바로 잡은 것은 오케이."



택시 기사 아저씨께 목적지를 말씀드렸다.



택시라는 것이 참 재밌는 것이, 택시 기사는 기본적으로 "승객이 초조해 있는지 아닌지 알고 있다." 라는 점이다.


나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뭔가 택시기사의 핸들 돌림이 빠르다.

 

 



그러나, 앞에 막힌 길을 어떻게 뚫고 가겠는가.


난 이미 대충 도로상황을 스캔해서, 앞쪽이 막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나의 평소 직진 차로를 이용하지 않고, 좌회전해서 좁은 도로쪽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뒤에서 혼자 흥미로웠다.


아마, 택시기사들도 내 또래 쯤 되는 남자가 차에 타면 대충 도로지형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기사님이 어떻게 운전하는지 무심한척 하면서 계속 주시했다.


뭐 어쩔 수 없었다.


난 지금 5분이 급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호갱님 모시고 출발!"


좌회전.


이 아저씨가 나를 호구로 보고 도시화고속도로를 안타고 완전히 일반도로로 갈 생각일까?


내가 알고 있는 직장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이 기사님의 선택은 좁은 도로쪽으로 돌파해서 도시화고속도로를 탈려고 하는 것인가.


그런데... ...


이분 대단했다.


좁은 도로를 주파하는 속도가 겁나게 빨랐던 것이다.


도로와 인도사이의 틈새를 그대로 깔끔하게 치고 들어갔다.



"만약에 내 차였다면, 인도턱에 차가 긁힐까봐 시도 안했었을텐데... ..."



그 정도의 딱 그 정도의 공간이었는데, 그것을 돌파해 나갔다.


거기서 이미 거의 5분~10분 세이브 해버렸다.



그리고 차선갈아타기. (뭐....끼어들기...)


차선갈아타기의 실력은 너무 능숙했다.


만약 내가 운전했다면 쉽사리 끼어들 수 없는 차량 밀집 구간이었는데, 그것을 능숙하게 끼어들며 도시화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 딱 그 차선까지 순식간에 진입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만큼은 택시 기사가 아니라, "기사님" 이었다.


아니, "베스트 드라이버" 였다.



도시화고속도로를 일단 타면 강남까지는 어느정도 부담없이 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시화고속도로를 타면서 기사님이 나에게 말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잘 안막히니까 별로 안 걸릴거에요."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택시기사는 나의 초조함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가방을 뒤져봤다.



'아...현금을 안가져왔네...'


현금으로 요금을 드리고 싶더라.


그러나 급하게 나와서 내겐 삼성페이가 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카드지갑 뿐이었다.


(차와 물아일체가 된 택시기사. 복잡한 도로 속에서 제로의 영역을 찾아낸다.)


나는 그 때서야, 긴장이 다소 풀리며 잠시 눈을 붙혔다. 그런데, 마지막 난코스가 남아있었다.


짜증나게도, 회사 근처 1키로 미터 전에는 엄청나게 막히는 시내 구간이 있다.


먼 거리를 빠르게 왔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재수 없으면 모두 막혀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 곳에서는 센스 있는 운전이 필요하다.


마냥, 넋놓고 천천히 앞차만 따라가다가는 1키로 미터 전, 그 구간에서만 15분을 바보처럼 버리는 경우가 있다.



아니!


그런데 택시기사는 그것 조차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하는 방식으로 센스있게 라인을 바꿔가면서 순식간에 그 정체구간을 지나갓다.



그 때 난 탄복하며택시 기사님께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대단하시네요. 여기 막히는 길 지나가는 방법도 알고 계시네요?



"알죠. 흐흐흐."



"호우... ...."



드디어 회사 도착. 


난 회사 앞에 10분전 도착을 최대 목표로 삼았으나, 어처구니 없이 25분전 도착했다.


나의 최대치에 15분이나 빠르게 도착한 것이다.


난 최대한 집중해서 운전하면 1시간 10분 걸리는 길을, 택시기사는 55분만에 온 것이다.



기분좋게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며 인사드렸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택시기사님도 뭐 기분 좋았던 것 같다. 



여유있게 담배 필 시간까지 주어져버렸다.


나는 혼자 담배를 한 대 피며, 잠시 생각했다.


"대단하네... ... 주요 정체 구간의 포인트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지를 모두 알고 있어... ...."


이러면서 난 혼자 헛웃음을 지었다.

 

 



만약, 택시라는 것이 없다면 난 100% 지각이었다.


그렇다고 택시가 위험운전을 한 것은 아니다.


위험운전이라고 인식될만한 행동은 없었다.


그냥, 이분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3가지 포인트.


첫째, 막힌 도로를 포기하고, 우회해서 길을 선택했다. (이게 성공.)


둘째, 초보운전자는 쉽사리 지나갈 수 없는 애매한 사이길을 지나갈 수 있는 자동차 폭에 대한 거리감각.


셋째, 어떤 목적지를 갈 때, 미리 미리 어떤 차선을 이용해서 미리 미리 차로를 갈아타야 된다는 것에 대한 수 많은 경험.



이 택시기사가 나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는 나는 첫째 였다고 본다.


다른 것은 나와 비슷했는데, 첫 째 좁은 도로로 우회해서 길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난, 아마 좁은 도로라는 것에 대해서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고 선택하지 안했을 가능성이 100%였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막힌 넓은 도로를 선택했을 것이고, 그럼 아마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요즘에는 카풀 등이 좋다고 하지만, 사람은 때로는 "급한 상황" 에 놓인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에게는 때때로일 수도 있지만, 인구수로 따지면 그 때로는 매우 빈번하다고 할 수 있다.


난 만약 지각했으면 토요일 뿐만 아니라, 주말 내내 기분이 안좋았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택시요금이 조금 비쌌다고 하지만, 나의 꿀꿀했을 감정에 비한다면, 기분좋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운전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도로위에서 상황판단과 센스가 운전경력이 10년인 내가 보았을 때도 훌륭했다.


우리는 급할 때 택시를 많이 이용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고마움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친절한 기사님들도 있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인생에서 하나 쯤은 택시기사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고마운 감정을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오늘도 내 눈 앞에는 수 많은 택시들이 길거리에 가득하다.


아마 저 마다 각각의 목적지를 향해서 바빠보인다.


택시들은, 재미있게도 내가 그 안에 없어도 겉으로 외관만 봐도 바빠보인다.


택시들의 이런 빠릿함이 우리 일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무턱대고 택시를 비난하기 보다는 감사할 필요도 있겠다.


내가 운전자일때는 택시들이 짜증나기도 하지만, 내가 승객일 때는 택시처럼 필요하고 고마운 것이 없기도 하다.



일단, 난 도움 받았다.


운전센스와 경험에 박수를 보낸다.


Written by Kavin.


택시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볼 것도 있다.


저들의 뭔가 조급해 보이는 운전 스타일이 내가 만약 승객으로써 택시를 탔다면 얼마나 고맙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급한데  택시기사가 세월아 가거라 에쿠스 스타일의 회장님 운전을 하고 있다면 그 얼마나 속이 터지는 일일까.

그 위기의 순간 만큼은, 택시기사가 나의 유일한 편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따지면 급한 상황을 스스로 자초한 그 승객의 탓이네 라고 하면서 원론적으로 따지겠지만, 세상사를 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는가.


오늘따라, 내 눈앞 창가에 비치는 깜빡이 키고 급한 모습의 택시들이 귀엽게 보인다... ...


하도 언론에서 택시기사들의 불친절과 손님에 대해 쓸데 없이 말을 많이 한다고 까다보니,


요즘 택시기사들은 아무 말이 없다.


타면, 아무 말이 없다.


아직은 택시기사 네비게이션이 차안의 네비게이션보다 빠른 경우가 많다.


여러분의 공감클릭과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밑에 구독도 눌러주시면 감사!


지식 경영 공장
블로그 이미지 케빈아놀드 님의 블로그
VISITOR 오늘 /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