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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분홍색 색상으로 화려하게 칠해진 임산부 배려석을 만나보게 된다.


나는 처음부터 임산부 배려석의 도입은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갈등.


임산부 배려석.



무슨 정책이든지 취지와 현실은 반드시 같을 수 없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규정이라고 할지라도, 그 결과가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제가 임산부 인데요. 자리 양보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라는 말을 건내는 여성의 요구에 아마 99%의 국민들은 얼른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아마 남자들이라면 더더욱 양보해줄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만약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돌아이라서 그 자리를 안비켜준다면,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사람이라도 


"그냥 제 자리 앉으세요."


라고 하면서 자리를 양보해 줄 것이다.


그 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임산부에 대해서 배려를 해줄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개념 인간이라고 서로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다.


여자가 임산부를 배려 안해주면 안해줬지, 남자들은 임산부라면 배려를 안해줄래야 안해줄 수 없다.


한국의 남자들은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태여, 임산부 배려석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임산부를 위해서 잘 양보해주지 않는다.'


라는 것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개념없는 남자들."


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임신 개월수에 따라서 신체적 변화가 있는데, 사실, 임신 몇 개월 되지 않아, 누가 봐도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 임산부가 지하철에서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산이나 신체 건강이 위태롭다는다는 것은 과도한 확대 해석일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임신사실을 산부인과에서 확인한 뒤로 그냥 여자는 하루 종일 침대에서 누워서 TV만 보면 될 것이다.


걷고 서 있는 것이 유산의 이유라면 말이다.


우리가 사회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임산부라는 것은 배가 좀 나온 누가봐도 임산부인 경우이다. 누가봐도 배려해줘야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임산부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명찰이나 카드등을 지참한 사람이다.


그런데 누가봐도 완전 슬림한 옷을 멀끔하게 차려 입은 젊은 여성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나 힘들다! 배려하시오!" 라고 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동의를 할까?


그리고, 그 배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비정상적일까?


그렇기 때문에, 임산부는 자신의 신체 상태를 막론하고, 그냥 명찰을 차고 다니는 것이 좋다.


명찰을 차고 다니는 것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여성들도 있는데, 그건 본인의 태아에 대한 정신자세의 수준이라고 본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임산부들이 지하철을 혼자 들락 날락 거리며 타는 경우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너도 나도 집에 차가 한대씩 있고, 어떤 집안들은 자기차, 마누라차 이렇게 차를 2대씩 가지고 있는 집안들도 많다.



내가 지하철을 최근 6개월 간 타면서 관찰해 본 결과, 내가 탄 전동칸에서 


"임산부배려석에 임산부처럼 보이는 사람이 앉는 것을 딱 1번 보았다."


라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6개월 마다 단 1번을 위해서 각 전동칸 마다 최고로 좋은 좌석 2자리씩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는 현실 말이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사실은


남자들은 거의 앉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세히 말하면 3가지 케이스가 있다.


아무도 눈치 보고 앉지 않고 비워두거나, 혹은 여자들이 앉아 있거나 이다.


아니면, 임산부가 아닌 아줌마가 소란 떠는 아이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경우이다.


즉, 남자들이 앉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고, 여자들만 주로 앉는다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임산부 배려석에 남자들이 앉았다고 욕하는 맘카페 글들이 많은데, 내가 6개월간 관찰해본 결과 남자가 앉는 경우도 극 소수 있지만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당신 같으면 앉겠는가?



당신 같으면 저 핑크색에 앉겠는가? 


대문짝만하게 온통 임산부 배려하라고 도배해놓고, 거기다가 핑크색 색칠로 자리와 벽, 바닥에 도배를 해놓았는데, 당신이 남자면 앉겠는가?


(핑크색으로 오색 찬란한 저 자리에, 남자들이 앉고 싶겠나? 물론 앉아도 상관없다고는 하지. 남자들이 핑크색 정장을 입는다고 불법은 아닌 것 처럼)



우리나라 정책에서는


"배려를 하라는 것이지 법으로 강제된 것은 아닙니다."


라고 한다.


그러면서, 여성전용주차장도 온통 핑크색으로 바닥에 칠해놓고,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강제하지 않으면서 여자를 상징하는 색깔로 온통 도배를 한다?



뭐 이런 것과 비슷하다.


커피숍을 온통 핑크색으로 꾸민다.


남자들이 들어갈까?


컵도 핑크, 여자 직원들도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


당신이 남자면 들어가겠냐 이말이다.



"누가 들어오지 말래?"


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자들의 정서 상 들어갈 수 없고, 앉을 수 없고, 주차할 수 없는 색깔로 공간을 만들어 놓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


지하철은 앉을 자리가 거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텅 비어있는 임산부 배려석을 보면서 저 공간에 대한 허무함과 박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항상 빈 공간으로 황제의 자리인 마냥 비어있는 그 자리.



핑크색으로 남자들은 앉으면 찌질한놈이라고 조롱하는 그 자리.

배려를 의무라고 강제하는 그 자리.


맘카페에 주기적으로 제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지 못했다고 신고하겠다는 그 자리.



왜.


당신 와이프가 임신했으면 차를 핑크색으로 도색하지 그러나.


그 돈은 아까운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당신 차를 핑크색으로 도색하란 말이다. 


당신 태아의 안전이 우선인가? 도색해서 사고차 처리 되는 당신 차 값이 우선인가?

 

 



지하철은, 힘든 사람들이 많이 탄다.


퇴근에 지친 사람들, 출근데 지친 사람들.


다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반짝 반짝 빛나는 최고로 좋은 명당자리는 텅 비어있다.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임산부 전용 전동칸을 신설하고, 카드 찍고 탈 수 있게 해라.


사람 2배로 힘들게 하지 말고 말이다.


희망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배려를 강제하는 사회를 만들지 말고, 그냥 법으로 만들어라.


임산부 배려를 하지 않는 남자는 사형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세상 처럼.


여성전용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남자는 사형.


이것도 좋겠다.



난 쌩쌩한 임신 몇주차 여성보다, 힘들어보이는 할머니를 돕겠다.

난 쌩쌩한 임신 몇주차 여성보다, 지쳐있는 학생을 돕겠다.


사람마다 배려를 해주고자 하는 기준이 다른 것이다.


배려해줘야 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인가?


국가가 인간의 등급을 매기고 정해주는 것인가.


배려는 내가 항상 강조하지만,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Written by Kavin



모 신문사에 나온 만화칼럼 사진.

내가 이런 경우는 실제로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저정도의 임산부가 지하철에서 혼자 타고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물론 있겠지.

하지만 저런 "극도로 심한 X같은 상황" 이 발생한다면, 이미 옆자리나 앞자리 남자들이 먼저 나서서 지X 를 할 거란 것이다.


당신이 만약 깡다구가 좋다면 저 그림 속의 남자처럼 한 번 저렇게 해봐라.


주변 사람들이 가만 있는지 한 번 경험해 봐라.


애초에 저런 그림 자체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뻔하게 보이는 것 아닌가.



용기 있으면 저렇게 해봐라.

우리나라에서 저런 남자에게 쌍욕을 던져줄 남자들은 지하철에서 한무더기 쯤은 된다.


아니면 저 남자가 안비켜주면 자기 자리라도 비켜줄 한국 남자들이 각 전동칸 마다 한트럭은 될 것이다.



저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의 최대의 피해자가 누구일까.


여자?


아니.


남자다. 



임산부 배려석은 우리나라 남자들을 미개한 후진국민으로 보고 만든 자리라고 보고 있다.

아니.


여성가족부가 만든 자리.


아니.


여성부가 만든 자리라고 보면 되겠다.



미국 대통령이 1년에 1번 한국의 도로를 이용한다고 치자.

그럼 그 도로를 1년 내내 비워둬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배려해 주세요가 아니라,

배려해라. 

누구나 이용해도 된다.

대신 핑크색으로 도배해서 남자들은 못앉게 해야지.

앉으면 찌질한놈 처럼 되도록.


PS : 

난 앉지 않는다. 배려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앉지 않는다.

밤 11시. 임산부가 없을만한 시간에도,

저 자리는 비워져 있다.

사람들은 눈치보며 그렇게 저 골든석을 피해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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