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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되었었다.


영업 업무를 맡았었고, 인수인계를 받고 있었다.


사수와 함께 회사차를 끌고 지방에 있는 고객사를 방문한 후, 늦은 저녁 쯤에 서울로 돌아왔다.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내가 이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사수에게 일을 인수인계 받으면서 대화와 업무 태도를 통해서 어느 정도 높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


사수는 나를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다.


사수가 나에게 말했다.


"난 여기가 집이어서. 여기서 내리면 되는데. 케빈씨는 차를 회사에 들려서 두고 다시 집에 가기 그러니까, 그냥 아싸리 집으로 바로 이 차를 끌고 가세요. 내일 출근할 때 끌고 오면 되잖아."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사수를 내려주고 난 뒤, 회사차를 회사에 가져다 놓고, 또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게 되면 그것만 해도 또 2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었다.


"네 그럴께요."


나는 배려해주는 사수에게 고마워하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사수는 그렇게 말하고 내리려는 순간, 잠시 멈칫했다.


"잠깐만요. 사장님께 한 번 물어볼께요."



나는 뭘 물어보겠다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뭘요?"


나는 물었다.



"케빈씨가 차 끌고 집에 가도 되는지 말이에요..."


사수는 내 눈치를 잠시 보면서 말했다.



"흠..."


나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차를 끌고 가도 되는지를 물어본다고?.....'



사수는 사장에게 전화를 했고, 나는 휴대폰 넘어로 들려오는 사장의 목소리를 대충 들을 수 있었다.

 

 


사수는 사장과의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내게 말했다.


"미안한데, 차는 나보고 끌고 가라고 하시네요. 케빈씨는 여기서 내려서 지하철 타고 가세요. 지하철이 어디냐면요. 여기서 이렇게 가고 저렇게 가고, 저렇게 가면 거기에 있어요."



그냥 내가 끌고 가면 모든 것이 간단하게 끝날 문제였다.


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려서 지하철역을 찾고 거기서 집에 가게 되었다.


결국 나만 고생해서 집에 돌아오는 꼴이었다.



자.


그 사장이 나보고 차를 끌고 가지 말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내가 차를 끌고 갔다가 혹시 차를 안가져오면 어떻게 하지?"


"아직 일 시작한지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차를 맡겨?"


일 것이다.



내 앞에서는 중소기업이지만, 나에게 대한 계획과 비전등이 있고, 직원들에 대해서 깨어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장이라는 인간이,

나를 못 믿어서 그 영업용 차량을 집에 끌고 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직장 생활 해보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누가보면 회사차가 에쿠스인지 알겠네...


고작 오래된 영업용 승용차가지고...


(구형 아반떼 영업용 차를 가지고 자기가 뽑은 직원을 의심하는 사장이라니... 치사해서 진짜...)



사수는 어색해하며, 내게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수 역시, 사장이 어떤 생각으로 내게 차를 맡기지 말라는 것인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난 아무 생각 없는 척, 그냥 웃으면서 서울이지만 처음 와본 동네인 사수의 집 근처에서 내렸다.


작은 회사였지만 내가 충분히 잘 해서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견적이 나왔었는데, 난 갑자기 충성도가 50% 줄어들어 버렸다.



그리고 몇 주 뒤, 인수인계 받은 영업 구역을 나 홀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지방에 외근을 갔는데, 사장에게서 거의 전화가 1시간 마다 한 번 씩 왔다.


누가 보면 내가 초보 운전인 줄 알겠다.


처음에는 전화가 오길래 그냥 그런가 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 계속 전화가 왔다.


당시 초겨울이었고 외근지가 산고개 쪽에 있었기 때문에 저녁이었지만 금새 어두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네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는데, 계속 전화가 오는 것이다.



"아...이...X 진짜...."


거의 1시간 마다 전화가 왔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통화하기에는 좀 그래서,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내릴 때 


"어디쯤 입니다. 어디쯤 입니다."


계속 보고를 해댔다.


(시간 단위로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사장.)

"누가 보면 내가 고액 연봉 받고 있는지 알듯...."



누가 보면 사회 초년생인줄 알겠다.


거의 외근 갔다가 사장에게서만 전화를 수십통 받았다.


거기다가 중간 중간 사수의 전화까지.



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겨우 이 일이 뭐 어려운 일이라고... 이 난리들이야..."



외근 거리가 멀어서 운전을 오래해야 햇고, 가뜩이나 장시간 운전에 피곤해 있는데 계속 핸드폰은 울려대지를 않나, 네비게이션 보면서 가고 있는데 통화연결되서 네비게이션은 계속 가려지지 않나, 괜히 들르지도 않아도 될 휴게소에 들려서 전화를 해줘야 하지를 않나...


그 사장이 전화를 건 목적은 이것 하나 뿐 이었다.


"어디쯤이냐?"



.......


어디쯤인지만 수십 번 전화를 걸어서 물어 본 것이다.


수십 번은 좀 그렇고, 열 몇 번 정도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 통화내역을 보는데 화가 났다.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확인전화를 한 것 이었다.

 

 



내 업무 습득 속도는 역시나 빨랐다.


이 사람들은 처음에 내가 운전을 잘 못한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운전경력이 몇년인데... 면접 때 운전 경력을 말해줬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나 보다.


사수에게도 이야기를 해줬고, 정상적인 사수는 당연히 내게 운전을 맡기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면접을 보았었던 이 사장이라는 사람은 나를 계속 약올리고 있었다.


중간 중간 사회 쌩초년생들에게나 시키는 일들을 시키고는 하기도 했었다.



먼 지방까지 오전부터 저녁늦게까지 운전하고 다녀왔는데, 거기다가 하루 종일 이 사장이라는 인간에게 의심이 가득한 전화를 받다보니 몸은 몸대로, 정신은 정신대로 피폐해졌다.


무슨 급한 일도 아니고, 고객사에서 연락온 것도 아니고, 뭔놈의 사장이 그리도 전화를 수도 없이 해대면서, 


결국 한다는 소리가


"어디냐?"


인가...



그렇게 의심을 할 거면, 뭐하러 사람을 뽑는가.


무슨 구형 영업용 승용차 트렁크에 금덩어리라도 숨겨놓았나.



이런 사장 밑에서 영업일을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의심으로 가득차 있는 사장님. 평생 속고만 살았나 보다.)



무슨 고속도로에서 타임어택을 해야하나....


어짜피 지방에 외근 가면, 너무 멀기 때문에 그 날은 아무 업무도 볼 수 없다. 늦으면 그냥 내가 늦는 만큼 늦게 집에 가는 것 뿐이다.


정작 손해를 볼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데, 왜 사장이라는 사람이 시간을 재고 있는가.



"그냥 저 영업용 차 중고로 얼마에요? 내가 살께요."


라고 하려다가 참았었다. 



괜히 이것 저것 의견을 내면 잘난척 한다고 오해 살까봐 최대한 모든 일에 겸손하게 대답했더니,


진짜 사장이라는 사람은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사람을 대했었다.


그래서 이력서에 경력란이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이 사람들이 전혀 예상 못할 시기에 퇴사를 해주었다.


Written by Kavin


(휴게소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을 줄 알았나 보네.)


후...


(아니면 진심으로 걱정돼서?)


정말 걱정 됐으면 처음부터 차를 나에게 맡겼겠지.


이 중소기업쪽 사람들은 신기한게, 타 업종 경력직을 경력직으로 보지를 않아.


자기 회사는 처음이니까 넌 그냥 이 분야를 아무것도 몰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내가 중소기업 가서, 보고서 쓰는 걸 배우겠냐, 직장생활 방법을 배우겠냐.


영업스킬을 배우겠냐...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내게 이런 걸 가르치고 있는거야...


그 분야가 어찌 되었든 간에, 


몇 달 인수인계 하고 바로 실전투입 해도 되는 사람을 가지고, 계속 뻘짓을 한단 말이지...


왜...


잘난척 해보고 싶었나?



(니가 혹시 나갈 까봐 의심하는 것 아닌가?)


안보이나?


일하는 자세를 보면 안 보여?...


난 보일 것 같은데.


안보이면 뭐 어쩔 수 없지.


일하는 자세 보고, 처음 부터 잘해주면 안되나?



오히려 회사가 더 크면 클 수록 더 사람을 믿는단 말이지.


크크...


회사가 작아지면 작아질 수록 사람을 더욱 의심하고 무시하는 그런 문화고 말이야.


내가 왜 중소기업을 불쌍하게 생각 안하는지 알겠지?


다 똑같아. 다를 것 없다.

어쩌면 더 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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