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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았었다.


면접관은 나의 이력을 보면서 여러가지 통상적인 질문을 했다.



나는 사실 면접 7단 쯤 된다.


다양한 면접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내게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말이다.



이 후기를 적는 이유는, 


그 질문을 받으며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케빈씨는 훌륭한 직원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마지막 질문이었다.



모든 질문을 무난하게 대답했고,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마지막 질문.



나의 머리는 자동으로 돌아갔다.


'훌륭한 직원이란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다른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 적인 대답.


나의 입은 자동으로 이 답변을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진심으로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직원이란...



"끝까지 함께 하는 직원"



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표현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자기 실속을 챙기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자신의 스타일대로 뻐기고 버티는 직원. 그래서 오랫동안 근속하는 직원."



이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어쩌면 이런 직원이 가장 훌륭한 직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었다.


열정적으로 일하다가 그만두는 직원보다,


버티고 또 버티면서 그렇게 수십년을 일하는 열정없는 직원이 더욱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시키는 일만 하고, 자기 실속과 건강에 집중하여 최대한 자신의 몸을 아끼더라도...


오랫동안 일하는 직원...



그러나 나는, 결국 기계적인 답변을 했다.


"자신의 일을 확실하게 하고, 다른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힘쓰는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무난히 넘어갔다.



면접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왜 그 때 그토록 기분이 우울했는지 모른다.


"훌륭한 직원...."



그리고 혼잣말을 되내었다.


"난 그동안 훌륭한 직원이었을까...."



난  내가 속해있던 그 어떤 조직속에서도 인정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항상 나는 조직내에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나는 장기근속을 해본 적이 없다.


내 풀에 내가 지치기 일수 였기 때문이다.


난 내구성이 부족하고, 장기전에 약한 사람이었다.



난 훌륭한 직원일까...


결국 나갈 인간.


열심히 일 하다가 돌연듯 혼자 지쳐 쓰러질 인간....



오래 버티는 직원이, 훌륭한 직원이 아닐까....

자기 관리 해가면서, 눈치보면서 대충 버티는 사람이 훌륭한 직원이 아닐까...


내가 그토록 비판해 마지 않는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직원이 아닐까.


("왜 저렇게 일하지?" 라고 답답하게 여겼던 그 사람들이 결국 좋은 직원이 아닐까...)


당신은 훌륭한 직원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상위 0.01%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


당신의 체력도 당신의 지력도, 당신의 집중력도, 당신의 정신력도....


결국 하나를 투자하면,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직장인이다.



자신의 일을 잘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아볼 수는 없다.


최상위 그룹이야 할 수 있겠지.


현실은 자신의 일도 벅차다.



결국... 무엇인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선택하고, 덜 중요하다 생각하는 가치는 포기해야 한다.


하루종일 온갖 집무에 시달리는 대통령이, 가정에서도 자녀들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주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내가 직장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업무 집중력그것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격려"


이다.


대충 시간 보내기식의 일처리를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직장내에 존재하고 있을 때 만큼은 인정을 받는 편이다.



다만...


아쉽게도 그 집중력을 유지해줄 수 있는 "격려" 라는 가치는 우리나라 직장문화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잘했어."

"고마워."

"수고했어."

"니가 있어서 힘이 난다."


그리고 그런 격려의 가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다시 윗자리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는, 아니 우리나라 사회 문화는, 아니 이 인간세계의 문화는 태생적으로 "격려" 라는 가치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데 나는 그 격려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난...


결국 ...


훌륭한 직원은 아닌 것이다.


나의 집중력 있는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격려라는 요소가 서포팅되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는 그런 격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난 단지 격려해주세요라고 징징대고 있는 철 없는 직장인 뜨내기 일뿐....



격려가 없는 우리나라 조직 문화에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존중과 배려의 기업 문화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결국 자기 이익만 챙기면서 버텨내면, 그 사람이 훌륭한 직원인 것이다.



내가 그 면접 질문에 순간 멈칫하고,

면접이 끝난 후 우울했던 것은...


어쩌면 내가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 직원.


한마디로...


"나는 내가 훌륭한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자부해왔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


라는 작은 깨달음 때문이었을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나는 수 많은 면접에, 이런 마인드로 참여했었다.


"나를 쓸려면 쓰고 말려면 말아. 어짜피 안쓰면 니가 손해니까."


라고 말이다.



"어떤 직원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은 많이 받아보았었다.


그러나,


"훌륭한 직원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같은 듯 하지만 다른 질문이었다.



Written by Kavin


경력직이었고, 또한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에 보통은 내게 그런 질문은 던지지는 않는다.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나 던질만한 질문이니까.



"어떤 직원이 될겁니까?"


라는 질문에는 내가 되고 싶어하는 직원상을 보기 좋게 포장해서 말하면 되지만,


"훌륭한 직원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훌륭한 직원이란 무엇이라고 사설을 풀어놓으면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하는 질문....



"너는 어떤 사람이 될거니?"


라는 질문 보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이것 저것 훌륭함을 위한 덕목을 열거해야할 것이다.


"자기일에 성실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학업에 충실하고....."


말하면서도... 부끄럽지 않겠는가....



내가 부끄러웠던 것은...


일을 잘했든 칭찬을 받았든 인정을 받았든 간에,


결국 결과적으로 보면,


떠나버린 배신자 이니까....


격려해주지 않는다고 혼자 지쳐서...


떠나버린 배신자....


열심히 하다가 떠나버린 사람이 훌륭한 직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꿈을 위해서 떠나는 직원이 그 기업을 위해 훌륭한 직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조직문화가 맞지 않는다고 떠나는 사람이 훌륭한 직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난 그 때 까지 내가 훌륭한 직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면접 질문을 받으며,

나는 훌륭한 직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기적이어야만 버텨낼 수 있는 직장이라면,

이기적이더라도 오랫동안 버티는 직원이 훌륭한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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