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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여행 10편 - 기억이 시작되는 곳에서 나에게 쓰는 편지


 

나의 너에게


미안하다. 너에게.


이유가 어찌되었든, 그 과정이 어찌되었든...


미안하다. 너에게.


꿈도 많고, 희망도 많았었는데...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와서 미안하다.


(내 삶의 기억이 시작되는 곳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 아니라, 내가 6살, 7살 때 쯤부터이다. 그 전의 기억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신기하지.... 내가 어릴 적 살았던 곳, 내가 놀던 집 앞 공터. 지금은 이렇게 놀이터로 잘 꾸며져 있다.)


그래.


정신없이 살다보니 잊고 살게 되더라.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소중한지...


그것을 잊어버린채 살게 되더라.


물론, 나의 실수지.


인생은 예행연습이 없으니까.


그냥 그런줄로 알고 살아왔던 나의 잘못이지.


참 어처구니 없지?


내가 이런 모습으로 이곳으로 돌아올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인생이란 그렇더라.


내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이제와서 뭘 어떻게 하겠니.


지금의 내가 그냥 내가 되어버렸는걸.

 

 

다른 곳이 주는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이곳은 마치, 그냥 나의 인생의 시발점과 같은 곳이었으니까.


내 기억이 시작되는 곳.


나라는 인간의 첫 기억이 시작되는 곳.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내가 처음 인지한 곳.


그리고 아무런 걱정없이 살았었던 유일한 시기의 그 곳.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곳도 있는데...


그래도 크게는 변하지 않았네.


모두 거의 그대로야.


아무에게도, 이 곳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곳이겠지.


대단한 경치가 있는 것도,

대단히 맑은 공기를 가진곳도 아니니까.


그런데 말이야.


이 골목, 이 귀뚜라미 소리....


내게 느껴지는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아직도 너무 익숙하다.


너무나 오래됬는데...

너무나 오랜 기억인데, 마치 어제 난 여기 살았던 것 만 같아.


난 이곳을 너무 멀리 떠나와있었는데,

난 이곳이 그냥 내가 살고 있었던 곳 처럼 편안하기만해.


이기적이다.

그렇지?


그런데 어쩔수가 없었어.


난 이곳이 너무나도 자주 오고 싶었는데, 난 이곳이 항상 행복했던 시간의 장소였다고 말해왔는데,

모두가 묵살해버렸지.


그래서 잊고 살수밖에 없었어.


그래...


무슨 핑계냐.


난 이미 이런 모습으로 와있는데 말이야.

 

 

저 모래밭에서 뛰어놀고 있는 내 모습이 내 눈에 아른거린다.

저 집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내 눈에 아른거려...

마치 내 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 처럼...


나의 어릴적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듯 해....


미안해.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미안하다.


미안해.


너의 그 모습을 더 보기가 힘들다.


내가...

무엇이 잘못된거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묻지 않을께.


이 세상은 애초에 내가 살기에 너무 거친 세상이었어.

난 평화로운 세상인줄 알았지.


쉽지 않더라.


쉽지 않았어.

너에게 이런 내 모습으로 돌아온 건, 그냥 말하고 싶었어.


미안하다고.


이상하지.

왜 난 이곳에 오자마자 너에게 미안한다고 하는걸까.


너의 위로가 필요한지도 모르지.

그만하면 됬다고.

됐다 임마.

그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도 모르지.


저 공터 모래속에서 조개 몇개를 주워서 신이 나던 네 모습을 기억해.

나만 신났었지.

파도소리가 들린다고 귀를 대어보기도 하고 말이야.


나의 진심을, 이 세상 그 누구에도 털어놔 본 적이 없어.

이해 못할테니까.

아니... 학습효과인지도 모르지.

나의 진심을 말하면 이해하지 못해하던 사람들에 대한 학습효과 말이야.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포기했는지도 몰라.


나...

미쳐버릴 것 같다.

이 미친 세상에서, 제 정신으로 살기가 힘들다.


내게는 너무 힘든 세상이야.


그만 할까?


그냥 다 그만할까?


넌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바라던 세상이 아니야.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이었어.

 

 

그만하기로 할까?

미안하다.

너에게 이곳에 와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서...


기억나니?

저 하늘에 사자와 같은 구름 모양을 보면서 놀라던 시절 말이야.

철교에서 울려퍼지는 열차소리와, 저 높은 담벼락 너머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궁금해 하던 시절 말이야.


이제 더 이상의 그런 내 모습은 없어.

이제와서 가진다고 해도, 이 세상은 이상하게 볼 뿐이지.


사랑했다.

넌 꽤나 사랑스러운 놈이야.

내가 볼 때는 말이지.

단지 너에게 너무 많은 짐이 올려졌을 뿐.


잘 지키고 있어.

곧 돌아올테니.


잘 놀고 있어.

나도 놀러올테니.


그리고 계속 놀아줄께.


영원히.


Written by K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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