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 3편 - 속초의 일출을 보다. (나의 인생도 저 태양처럼 빛나길 바랬다.)

인생 여행 3편 - 속초 설악산에서 보는 일출과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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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본 적은 인생에서 한 번 있었다.

그러나 산 속에서 보는 태양은 처음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하다.

나는 똑같은 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땅에 살고 있는데, 이 처럼 환경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 말이다.

속초는 서울에서 단 3시간 거리에 있다.

단 3시간이면 속초에 올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심지어 대학생 때에도 난 이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차가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가깝게 느껴진다.

설안산에 한 번 가려면, 엄청난 계획과 함께 가야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야간 드라이브로 바로 올 수 있는 곳이 설악산이며, 속초이다.

(태양이 뜰 무렵의 설악산의 새벽 경치. 서서히 저녁 노을 처럼 태양 빛이 어두운 구름 위로 스며든다.)

구불구불한 설악산의 도로를 운전해서 갔다.

난 항상 고속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국도 여행이 이리 아름답고 재미있는지 몰랐다.

여행은 국도로 와야 했는데...

지금까지 뭐도 모르고 고속도로만 신나게 타고 달렸다.

고속도로는 주변에 볼 것이 없다.

그냥 함께 신나게 달리는 차량들만 있을 뿐.

하지만 국도는 속도 제한으로 인해서, 천천히 주변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난 복잡한 설악산의 고갯길을 넘으면서 속초로 향한다.

아무도 없다.

사람이 아무도 없고, 차량도 없다.

그래.

내가 바랬던 것은 이렇게 아무도 없는 바로 이 공간.

바로 이 순간이다.

 

 

설악산 고개는 절대 시속 60키로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

매우 험지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언덕과 코너길이 전혀 속도를 낼 수 없게 한다.

그렇게 속초 근처에 거의 도착할 때 즈음, 나는 붉은 하늘의 경관을 감상하게 된다.

설악산의 깎아지는 듯한 바위 산맥들 사이로 붉은 하늘이 보인다.

나는 차를 세워 그 경관을 바라보았다.

"와...."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나는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뜰 때 보다, 태양이 뜨기 전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인생도 저 태양처럼 빛나길 바랬었는데..."

이런 생각과 함께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만약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이런 좋은 경치도 많이 구경시켜주고, 여행도 자주 함께 했다면 내 인생도 많이 달라졌겠지?"

라고 말이다. 부모님에 대한 핑계인가...?

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 매우 감성적이었던 나에게 이런 자연의 경치들을 자주 보여주었다면 아마 내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별을 좋아하는 나에게 말이다.

난 나의 부모님이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자라왔다.

물론, 나이가 든 지금, 그들은 절대 그런 존재가 아니지만 말이다.

감성도 없고,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그저 그런 부모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적, 그 토록 부모님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었나 보다.

난 참 어리석은 아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이런 경관을 보러 함께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감정이 매말라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단지 그들이 정말 여유가 없어서라고 착각했다.

훗날 내가 나이가 들고, 함께 이런 자연의 경치를 함께 느끼기 위해 부모님에게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들은 항상 

"다음에..."

라고 미뤘다. 그래. 그들은 원래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가 차를 샀던 이유는, 이런 경관을 함께 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어렸을 적에, 느껴보지 못했던,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나는 차를 샀었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전혀 그런 감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나름 돈을 들여 산 중형차를 팔아버렸다.

난 나를 위해 중형차가 필요해서 샀던 것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중형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의 차는 소형차다.

오직 나만을 위한 차이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가족과 함께 이런 자연을 함께 느낄 생각이 없다.

내가 차를 바꾸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은 의아해 했다.

나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내가 차를 바꿨던 순간이, 내가 부모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포기했던 순간인지 몰랐을 것이다.

부모님, 그리고 내 다른 형제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포기했을 때, 그 때가 나의 차를 헐값에 바로 팔아버렸을 때 이다.

가족을 위해, 비싼 세금을 감당하고서라도, 연비가 좋지 않더라도 무리해서 산 것이었는데, 더 이상 내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에 귀찮아 했다.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시간과 물질을 투자할 생각은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 종일 전기세를 아낀다고 불을 끄고 쇼파에 누워 티비나 보는 것일 뿐이다.

그래. 평생 그렇게 티비나 보면서 살기를 바란다.

보통 자식들은 부모를 위해 차를 사지 않는다.

난 부모를 위해 차를 샀는데 말이다.

보통 자식들은 부모를 위해 첫 월급 선물로 무리하지 않는다.

나는 무리했는데 말이다.

기브앤테이크 따위를 바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의아해 했을 뿐이다.

그 의아함이 오해이길 바랬지만, 나의 오해는 항상 틀린 적이 없었다.

(고개 넘어로 모습을 보인 아침 태양. 일출은 생각 보다 너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서서히 일어날 것 같지만, 순식간이다.)

나의 인생도 저 태양처럼 빛날 줄 알았다.

나의 인생도 비록 시작은 어둡지만, 차츰 저렇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천천히 빛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빛날 수 있었다.

난 그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난 악착같이 버티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나를 더욱 상처 받게 만든 것은 가족들 이었다.

가족들은 전혀 현실감각이 없는, 나이만 나보다 많은 그냥 그런 사람들이었다.

나는 부모를 존경하지 않는다.

그들이 나보다 못배워서 존경하지 않는다면, 내가 쓰레기이겠지만,

내가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자신의 자존심을 최우선 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난 우연이라고 믿어왔다.

내가 책에서 배운 가족이란 모든 것을 자식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며, 자신의 목숨처럼 자식을 소중히 여기고, 형제를 소중히 여긴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가족도 많다.

그렇지 않은 부모도 많다.

그렇지 않는 형도, 누나도 많다.

난 공부는 잘했을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부분에서 멍청했던 것이다.

난 그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경계하는 것 처럼, 가족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으로 대했어야 했다.

 

 

멍청한 행동을 하면, 멍청하다고 판단했어야 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면, 이상하다고 판단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가족들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항상

"우연히 저렇게 하는 것이겠지."

라고 넘겨 버렸다. 그리고 항상

"설마... 아니겠지."

라고 넘겨 버렸다. 결국 그 설마가 사람을 잡은 셈이다.

자존심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족따위는 필요 없다.

내 인생이 태양처럼 빛날 수 없던 이유는, 결국 혼자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버거웠기 때문이 아니다.

애초부터 혼자 해결할 생각으로 계획을 짰다면 감당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고아로 태어났다고 해도, 인생을 역전시키는 것과 같다.

그러나 나의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너무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인생 폐착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믿음.

어리석도록 믿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들을 믿지 않는다.

지금으로 부터 7년 전, 나는 그들을 믿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도움이 필요했을 때, 난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모든 행동들을 몸소 겪어오며,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나는 지금까지 힘든 순간들을 혼자 해결해 왔을 뿐이었다.

그 때 난, 이미 몸과 마음이 반사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부모였다면, 이런 태양을 함께 보며, 인생에 대해서 자식과 대화를 했을 텐데 말이다.

내가 부모였다면, 이런 산의 경치를 보여주며, 인생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줬을 텐데 말이다.

정작 나는 아무것도 배운것이 없다.

나는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정작 가장 멍청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서 너무 늦게 깨달았다.

믿음의 댓가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 사람을 만나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애초에, 그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냥 믿으면 믿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했을 때 겪게 되는 실망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부모에게 기대했던 것은, 그들이 부자이기를 바랬거나 능력자이길 바라는 기대가 아니었다.

그냥, 부모로서의 노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기대치의 이하여도 상관없었다. 기대치를 위한 노력이면 족했다.

그러나 기대치와 전혀 무관한 수준이면 문제이다.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에 대해서도,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도 말이다.

태양처럼 빛나길 바랬던 그 희망도 없다.

 

 

그럼 난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으로 사는가?

난.

그냥 산다.

내 인생이니까 말이다.

인생에서 그 어떤 특별한 의미를 찾고, 자신의 가치를 위해 미사어구를 사용해서 인생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난 그냥 산다.

태양을 보며, 생각하고,

인생의 수 많은 어려움을 통해, 이런 어려움도 있구나 하면서 느끼고 산다.

생각하고 느끼며 산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인생에서 어떤 업적을 남길지 따위는 고민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미래를 대비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산다.

그것으로 족하다.

태어나는 것은 내가 결정하지 못하지만, 죽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이젠 나에게 결정권이 넘어 왔으므로, 그냥 산다.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지 않는다.

누군가를 기대하며 살지 않는다.

나는, 내 인생을 산다.

하루 하루 느끼며, 생각하며, 경험하며....

회색론자, 염세주의자라고?

그딴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인생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그런 단계는 뛰어넘었다.

인생이 부정적이든, 미래가 어둡든, 좌절적이든, 어둡든지 상관없다.

난, 단지 지금 인생을 살고 있고, 그 인생의 결말은 나도 모른다.

그냥 산다.

나의 인생이 저 태양 처럼 빛나던, 빛나지 않던 상관없다.

이제는 아무런 기대하지 않는다.

난. 오늘을 산다.

그리고 내일도 살아있으면 내일을 산다.

그리고 언젠가는 떠날 때, 

"이런거구나..."

하면 그만이다. 

인생이란 연습이 없으니까.

인생에서 내가 맞이하고 있는 매 시간들이, 나라는 존재에게는 모두 처음겪는 일들이니까.

그냥 이런거구나 하면 그만이다.

 

 

내게 인생은 여행이자 견학이다.

내가 여행자로서 왔다가 그 여행지를 떠나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짧은 여행자일 뿐이니까 말이다.

떠나는 것은 내가 결정한다.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면...

내가 이곳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면....

태양처럼 빛나는 인생을 그렸지만, 그 인생이 어둠속 별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걸로 족하다.

밤의 별이 되는 기분이 이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별조차 안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별 조차 되지 못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태양이 되든, 밤의 별이 되든, 허공에 떠도는 먼지덩어리가 되든,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으며, 그 중 한가지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는 내 의지와 꼭 맞아 떨어져서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겪게 되든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다.

인생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처럼 각 커트 별로 새로운 인생을 살 수는 없다.

그렇기에, 그냥 내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공간에서 배운다.

그걸로 족하다.

그런데 어쩌지...

이 세상에는 쓸 대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배울 필요가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것 저것 배우다보니, 배울 필요가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배워야 할 것들 보다, 배우지 말아야할 것들을 너무 많이 배운다.

그렇다면,

이 견학 속에서, 그만 배우고 돌아가는 것도 좋겠다.

난, 그 돌아갈 날짜만 정하면 된다.

어떤 사람은, 그 돌아갈 날짜를 스스로 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는, 내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당장에 돌아오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돌아오기를 바랬다면, 아마 5년 전 즈음, 10년 전 즈음, 아니면 15년 전 즈음, 내가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아마 그 때, 그 때 돌아오라고 강제 소환 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난 멀쩡하게 살아있지 않은가.

아직은 필요가 없나보다. 

더 구경하고 오라고...

볼 것 있으면 더 보고 오라고...

하는가 보다.

난 더 이상 볼게 없는데...

안봐도 되는데....

그래서 돌아가는 날짜는 내가 정하면 된다.

언제로 할까?

잘 모르겠다.

슬픈 웃음이라는 단어.

내가 만들었다.

난 웃고 있지만 항상 슬프다.

웃는 것이 웃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너무 많이 울다보면, 그 눈물이 마르고,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나온다.

나의 미소는 바로 그 웃음에서 비롯된다....

이젠, 태양이 되기를 바라는 욕심따위는 없다.

이젠,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더 보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무엇인가를 더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도 없다.

난.

오늘을 산다.

그리고, 내일도 살아있다면 내일을 산다.

인생에 대한 실망감, 이 세상에 대한 실망감,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그 실망감 속에 참 길게도 괴로워 했다.

한 때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했었다.

과거의 나름 괜찮았던 나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도 않다.

난 단지, 오늘을 산다.

그리고 당장 내일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의 시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을 뿐이다.

나의 인생은 단지 그것 뿐이다.

Written by K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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