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건물 밖 홀로 계단에 주저 앉아 이리 저리 몸을 풀어 본다.
문득 고요한 하늘이 눈 속에 들어온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아무런 느낌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무중력 상태에 홀로 있는 듯 하다.
길 가 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아무 느낌 없는 나의 얼어버린 심장 속에
아무 느낌 없는 나의 밋밋한 체온 속에
이미 굳어 버린 나의 감정 속에
시간이 정지 된 것 같은 이 겨울밤 속에
조용히 나의 몸을 웅크리게 할
고요한 밤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그냥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에 나의 몸을 그대로 맡겨보고 싶다.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 둘 씩
조용히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다.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나의 아픈 기억들이 바람에 날려갈 수 있도록.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이
바람을 피해 움직일 수 있도록.
밤이 주는 적막함이
나의 마음을 뒤덮지 않도록.
바람이 불어서 내가 바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Kavin
케빈의 자작시 에필로그.
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춥다고 피하고, 때로는 시원하다고 맞으려 합니다.
바람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줍니다.
가만히 있던 자신을, 움직이게 만들거나, 또는 감정적으로 변화를 시키죠.
잠시 일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와 건물 앞 계단 앞에 걸터 앉아 있는데,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았고, 주변은 매우 조용했습니다.
가끔씩 들리던 귀뚜라미 소리도,
자주 들리면 자동차 엔진소리와 경적 소리도, 지금 이 순간만은 매우 고요했습니다.
나의 삶은 어쩌면 지금 이렇게 계단 앞에 주저 앉아 있는 내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런 외부적인 변화가 없는 그냥 항상 똑같은 정체되어 있는 삶.
변화가 없는 삶.
그것도 아니면, 그냥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드려 버린 너무나 현실적인 삶.
여러분들의 삶 속에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삶에 변화를 줄 만한 바람... 말 입니다.
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지.
변화가 무서워서 말이야.
너희는 거친 바람 속에 살고 있니?
그렇다면 너희는 용감한 사람이야.
난 말이야.
바람이 무서워서 오랫동안 피해있었거든.
그런데 어쩌지...?
이제는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아....
여러분의 공감하트와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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