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말끔하게 청소된 한강 자전거 도로를 보며.

요즘 운동 겸 자전거 타고는 한다.

차에 실고 다니려고 접이식 자전거를 중고로 하나 샀었는데, 지금까지 자전거를 여러차례 바꿔왔지만 새것보다 더 잘 산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요즘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는 한다.

그런데 최근에 비가 와서 한강 자전거 도로는 진흙탕이 되었다.

그래서 그 더러워진 도로를 지날 때면 일부러 속도를 줄이고 매우 천천히 조심스럽게 지나가고는 한다.

흙탕물이 튀기면 운동하는데 기분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 모먼트의 morning dew 를 들으며...." (아침이슬.)

어제 흙탕물로 진흙 투성이었던 동일한 한강 자전거 도로를 오늘 지나갔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어? 이자리는 원래 흙탕물로 엄청 더럽던 곳인데... 내가 착각했나?"

일단 그 자리를 지나치며, 다음에 또 자전거를 타면 조심히 지나야 하는 구간이라고 외워두었던 작은 터널에 다다랐다.

정말 진흙으로 더럽혀진 터널 속 도로였기 때문이다.

"여기는 내가 확실히 기억해뒀지. 속도 줄이고 조심히 가야지."

그렇게 자전거 속도를 완전히 정지 수준으로 줄인 채 터널로 진입했다.

그런데 터널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였다.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전거를 세워서 사진을 찍었다.

(어제 이 터널은 진흙으로 가득한 너무 더러워서 손을 댈 수 없을 상태였다. 그런데 하루만에 이 터널은 너무나도 깨끗하게 변해있었다.)

누군가는 치웠겠지...

너무나 더러운 것들을 누군가는 치웠겠지...

뭐 물론 기계나 특별한 도구로 청소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조용히 와서 이곳을 치웠겠지...

이 세상은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자신이 화려한 일을 한다고 자랑하고는 한다.

내가 얼마를 받네, 내가 어떤 직장을 다니네, 내 직업이 뭐네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세상의 뒷면에는 이렇게 묵묵히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에게도 조명 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고, 이른 새벽, 늦은 밤, 조용히 와서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하루만에 언제 더러웠던 것 인지 모를 만큼 깨끗하게 청소된 터널의 자전거 길을 보며, 

많이 반성하게 된다.

 

 

고마운 마음에 앞서 짠한 슬픔이 앞선다.

우리는 어쩌면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궂은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관심이 없어왔던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내가 깨끗한 길을 걸을 수 있는 것, 내가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인데.

누군가는 조용히 일을 해주었기 때문인데....

난 이 세상에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많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느끼게 된다.

누군가가 당연하 듯 해놓았을 뿐...

세상에, 원래 처음부터 알아서 만들어진 것은 없다고 느끼게 된다.

누군가가 보이지 않게 그렇게 해 놓았을 뿐...

내게 주어진 것들을 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 같다....

난 어쩌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존재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대했는지도 모른다.

소중하게 대해줬어야 했는데, 난 나도 모르게 내 중심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루 아침에 말끔하게 청소되어 있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보며,

쓸데 없이 마음이 아파온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Written by Kavin

미안해.

나도 알아. 

나도 알아......

그런데.

늦었어.

되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구.....

난 내가 미안해 하면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그래서 미안해 할 수가 없어.....

고마운 것도 많아. 알아...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으니까.

내가 태어난 것도.

내가 살고 있는 것도...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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