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lly
내가 살았던 동네도,
내가 숨쉬어 왔던 공간도,
점차 하나씩 바뀌어가고 있어.
그리고 이제는 과거의 흔적 조차 찾을 수 없게 됬어.
난 오늘도 걷고 있어.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고 있는 이 길도,
이따금 씩 찾아가는 나의 옛집도
이제는 모두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야.
낯설다...
그래...
난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이 너무나도 낯설어.
하나 하나씩 생겨나는 고층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화려한 네온사인의 매장들,
언제부터인지 모를 내 옆에서 함께 하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
내가 기억하는 이 곳을 너무 낯설게 만들어.
내 옆을 걷고 있는 교복입은 학생들은
내가 기억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니야.
바쁜 출근길에 뛰는 듯 걷고 있는 직장인들은
너무나 세련되어져 버렸어.
나만 홀로 시간이 멈추어져 버린 것 같아.
나의 인생은 어느새인가 그 시간에 멈춰져 있어.
"너 어제 뭐했어?"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난 점점 더
"아무것도 안했어."
라는 답을 해나가고 있어.
난 가끔씩 이 세상이 정지되어 있다는 착각을 하곤 해.
나의 눈에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이 도시의 일상적 모습이
아주 천천히 돌아가는 영화 필름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친구도....
변했어.
이젠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는 그 친구가 아니야.
나쁘다는건 아니야.
그냥 달라졌다는 거야.
내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는 나의 그 친구는 존재하지 않아.
내가 기억하는 나의 친한 친구 지금의 모습은
과거의 그 친구가 아니라,
그냥 지금....그냥 지금 내가 마주보고 있는 새로운 사람일 뿐이야.
엘리.
모든게 변했어.
모든것이 말이야.
더 이상 사람들에게 나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나는 그렇게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어.
내가 기억하던 모든것들이
그렇게 완벽하게 변해버렸어.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맞아. 이게 세상의 이치겠지.
변함없는 영원함이란 내 안의 환상속에 갇혀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야.
나 역시 지금까지 숱한 변함 속에 익숙해져 살아왔어.
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나 조차도 모를 만큼
난 변해왔었어.
그런데 난.
이제 변하지 않을꺼야.
세상이 모두 변해버린다고 하더라도,
난... 변하지 않을꺼야.
이제는.... 이제는 말이야.
수 많은 인파속에 난 어색한 사람이 되고 말겠지.
수 많은 변화 속에 난 그저 돌연변이 취급을 받게 될꺼야.
알아...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진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꺼야.
사람들에게 맞춰서 변하고 싶지 않아.
내가 변해버렸기 때문에, 너를 놓쳤었잖아.
그래서 난 이제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해.
변하지 않고 있을테니, 언제나 돌아오렴.
그냥 지금의 내모습으로 언제나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테니....
세월이 지나, 남아 있는 세상의 수 많은 존재들이 남김 없이 변한다 할지라도,
난 변하지 않고 있을테니, 그냥 편하게 찾아오면 되.
그냥....
날 보며 "안녕" 이라고 하면 되.
그럼 나도 "어. 왔어?" 라고 아무 일 없듯이 대답해줄테니....
아무 일 없다는 듯
언제나 만났었 듯
그렇게 그대로 있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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