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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Elly

 

난 계절 중에 가을을 가장 좋아해.

 

가을은 삭막하게 뻗어있는 시멘트길들을

푹신한 낙엽으로 덮어주니까.

 

언제나 내 인생은 넘어지면 크게 상처가 나는

차가운 아스팔트길과 같았어.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어김없이 자신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그런 딱딱하고 냉정한 길 말이야.

 

그래서 였나봐.

난 떨어지는 낙엽이 좋았어.

길지 않는 계절이지만 가을은 내 발걸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으니까.

 

물론 공기는 서늘하지.

겨울의 문턱이니까 말이야.

그래도 좋았어.

칼바람이 시작 되기 전,

가을의 바람은 기분 좋은 시원함이었거든.

 

아침에 바쁜 발걸음을 내 딛으며

어디론가 향하곤 할 때는

가을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 내 정신을 맑게 해주었던 것 같아.

 

가을 바람을 마시면

난 코가 뻥 뚤린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어.

 

그러나...

 

이제 이 가을은,

나를 침묵하게 해.

 

아름다운 단풍과 따뜻한 낙엽들을 보면서도

나의 머릿 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그냥,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아니....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

 

이제 더 이상,

가을은,,, 내게 가을이 아니니까.

가을은 그냥, 겨울로 가기 위한 하나의 길목에 불과하니까.

 

차디찬 겨울의 길목말이야.

 

엘리.

내 마음도 어느 새인가

다른 사람들처럼 차가워지고 있나봐.

차갑기 싫은데,

내 마음은 점점 겨울처럼 변해가고 있어.

 

세상은 내게 겨울이 되라고 해.

사람들은 내게 겨울이 되라고 강요해.

 

아니면, 가을이 사라지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인지도 모르지.

 

마치, 이 시대에 가을이 조금씩 사라져버리는 것 처럼...

내 인생도 가을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난, 가을이고 싶었어.

무더운 여름에 지친 누군가에게 시원하지만 차갑지 않은 바람이고 싶었어.

누군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푹신한 낙엽길이고 싶었어.

 

그런데 난, 지금 누군가의 꽁꽁얼어버린 빙판길이 되어버린걸까?

나와 만나는 그 누구라도, 내 마음으로 인해 다치게 하는...

그런 빙판길 말이야.

 

누군가가 나에게 그러더라.

저 멀리 단풍으로 물든 산이 보이냐고.

그리고 멋지지 않냐고 말이야.

 

난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 보았어.

그리고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어.

 

그의 눈이 말하고 있었거든.

그냥 스쳐가는 아름다움이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깃 거리 삼아 나중에 말해야지 따위의 감탄이라고...

 

내게 가을이란,

내 인생의 지금이야.

나의 지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인생에서 어느새 가을에 와 있어.

 

이제 내게 가을이란,

무더위의 끝이 아닌,

무섭도록 차가운 추위의 시작이야...

 

알아.

이제 곧 추위가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래도 생각하지 않을래.

어짜피 다가올 추위라면 말이야.

차라리 그냥 지금 이 가을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

있는 그대로, 아무생각이 없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여름을 마무리해야 한다가 아니라,

 

그냥 난 지금의 가을을 즐길래.

 

왜냐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니까....

내 인생의 겨울은, 봄으로 가는 과정이 아닌 사계절의 끝이니까.

 

내일, 내가 단풍잎 책갈피를 하나 만들어 놓을께.

거기다가 볼펜으로 지금껏 잊고 있었던 너에게 이렇게 쓸께.

 

"과거의 나 로부터..."

 

라고...

 

From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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