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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뭐,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에 모 대기업에 입사를 하게 됐었어.


대기업도 기업 나름이겠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는 군기가 상당히 쎈 기업이었지.


그놈의 군대문화.


지긋지긋하더라.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어떻게 잘 버텼는지도 신기해.


다시 그 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드러워서. 흐흐.


요즘 세상 사람들은 마치 대기업만 들어가면 인생 끝인지 아는데 말이야.


그 때 부터가 고생 시작이거든.


내가 마치 대학교만 들어가면 인생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 처럼 말이야.


"안녕. 난 떠난다. 잘먹고 잘살아라!"

(난 이렇게 떠나지는 않았다. 좋게 잘 떠났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일했었기 때문에 퇴사 할 때 후회감도 없었다.)


 

 


1. 에피소드 1.


힘들었어.


그래도 인정받으면서 일했지.


잠만 자고 일만 했어.


그렇게 나는 슬슬 자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했지.


그런데 직급이 올라가니까 한가지 문제가 생기더라.


그것은 바로


"책임을 져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욕을 먹어야 한다는 것"


이란 거야.


사실, 사원시절에는 그냥 하면 됬거든.


물론 욕은 먹지만, 회사에서는 어느정도 내가 사원급이라는 것을 인정해준단 말이지.


그런데 그 위로 대리가 되면서 부터 실무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되었지.


물론, 못하지는 않았어.


난 사실 대리진급도 빨리 됬거든.


난 그냥, 잘되어가고 있었어.


그런데 난....


욕 먹는 것에 생각보다 익숙하지 않았었어.


그럼, 아마 이렇게 생각하겠지?


"야. 남자가 욕먹는 것도 못참냐?"


라고 말이야.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에 대한 욕을 먹는 것을 못참겠다."


라는 거였지.


내가 일할 때는 나름 프라이드가 쎈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윗 상사들도 나를 잘 못건드렸었어.


나는 기본적으로 욕먹으면서 일하는 것을 질색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윗 상사들이 더 잘아록 있었지.


그러나, 나는 항상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업무를 해야만 했어.


난 영업관리 부서였지.


그 결과를 내가 어떻게 만들어내냐?


뭐 이런거야.


감독이 엄청나게 노력했어.


그런데 팀이 우승할 수 있어?


그것은 연관성이 없는거야. 


그러나, 노력을 해도 나는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실적을 내는 경우도 있었어.


그럼 뭐 어쩌란건지....


일은 일대로 고생하는데 말이야.


윗 사람들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오히려 나를 격려하는 입장이었지.


그런데....


문제는 바로 나에게 있었어.


나도 몰랐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서 참지 못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하나 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실적을 보고할 때 마다 윗 상사들에게 많이 미안해했다는 점.


억울함과 미안함.


이 두가지 감정이 교차되는데, 어느 순간 피크가 팍 돌더라.


이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괴로움이 있었지.


그래서 나의 직장생활에는 하나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어.


"어우...일 진짜 끝도 없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내가 신도 아니고 실적을 이렇게 어떻게 만들란 소리야?"

(직장생활은 욕값이라고 했던가. 난 군대에서도 욕을 거의 먹어보지 않았는데....직장에서는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2. 에피소드 2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지.


하루 하루 전쟁이었어.


원래 영업관리부서가 그래. 돈도 회사에서는 많이 받는 편이지만, 그 만큼 욕도 가장 많이 처먹는 부서지.


스트레스에 쌓여서 잠시 담배를 피면서 생각하고 있는데, 길거리를 걷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어.


어느 회사 직원들인지 엄청 편해 보이더라.


직장인들은 맞았어.


그런데 그들은 무척 여유가 있었지.


그래. 뭐 나도 일을 쉽게 할 수는 있었어. 유도리 있게 말이야.


그런데 나에게는 또 하나의 내가 알지 못했떤 성격이 있었어.


바로


"시스템화."


나는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거야. 순서를 정하면, 그 순서대로 해야되는 것 그런것 말이야.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짜고, 순서를 짜고, 순서대로 하는것 말이야.


몇개 건너 뛸 줄을 몰랐지.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일을 힘들게 하게 되더라.


그게 문제였기는 했어.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힘들게 일처리를 하고 있었기는 했지.


그러나, 윗사람들은 이런 내 습성을 좋아했어.


난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각종 상황에 대한 대응이나 분석이 빨랐지.


보고하는 것도 단계별로 체계적이었고 말이야.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하니까 말이야. 체계적으로.


물론, 난 결국 같은 월급을 받고 있었지만 일을 어렵게 하고는 있었지.


그래도 보너스는 차등지급이었는데 내가 제일 많이 받았지...


그런데, 담배를 피면서 내 앞을 걸어가는 여유롭게 시시덕 거리는 다른 중소기업의 여직원들, 남직원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


"차라리 저렇게 사는 것이 낫겠다."


라고 말이야.


이렇게 개처럼 일만하고 사는 것보다, 저 사람들 처럼 편하게 사는 것 이 낫겠다고 말이야.


정도껏 벌어가면서, 정도껏 일하면서, 정도껏 놀면서....


그렇게 사는것이 낫다고 판단했어.


난 겉만 대기업 직원이었지, 결국 일의 노예나 다름없다라고 느꼈던 거지.


(직장인 스트레스. 머리가 한움큼 씩 빠지는 탈모현상을 자주 겪었었다.)

(회사생활하면서 머리카락 수의 반이 날라간 듯 하다.)


 

 


3. 에피소드 3


난 인생을 다양하게 살고 싶었어.


인생은 한 번인데, 원웨이로 사는 삶은 매력적이지 않았어.


만약 교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평생 공부만 하고 나이 40되서 교수되는 삶?


아니...


난 싫었어.


물론, 세상은 그런 사람을 멋지다고 하겠지. 존경하겠고 말이야.


그런데, 그것을 존경은 하겠지만, 내 인생이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어.


하나만 하는 삶.


하나만 파는 삶.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


나는 대기업에서 영업관리 직무를 했었지.


"평생 영업관리를 해야한다?...."


꿈에서도 토가 나올 것 같더라.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은 무조건 까일 가능성이 농후한 이 영업관리 직무를 평생 한다는 것은 지옥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 보고 싶었어.


또, 난 중소기업도 다니고 싶었어. 사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기업들은 대기업은 아니고 중소, 중견 기업 수준의 배경을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그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어.


내가 밖에서 담배를 피면서 길거리를 유유히 걸어가던 중소기업 직원들을 보고, 그들을 부러워 했던 것 처럼 말이야.


그리고 퇴사를 하게 되었지.


퇴사를 하고,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보았지.


물론, 그 때부터 인생은 아주 많이 꼬였지.


하하하...


흔히들 쪽박났다고 하지.


그래.


나의 커리어는 쪽박났어.


중견기업, 중소기업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직무도 이것도 저것도 해보면서 말이야.


업종도 다양해. 흐흐.


그래.


나의 커리어는 실패한거지.


(대기업 퇴사후 순간적 여유와 자유를 얻었지만 보이지 않은 사회적 등급은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4. 끝내며...


난 말이야.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


한 기업에서만 생활했다면, 음...


난 그 모습도 상상하기 싫어.


난 그래서 더욱 다양한 사람들, 더욱 다양한 문화, 더욱 다양한 현실을 경험해 보게 되었지.


물론, 이 사회의 룰로는 득이 될 것은 아니지.


못볼 꼴은 안보는게 최선일테니 말이야.


그래도 상관없어.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


이따금 헛웃음을 짓고는 하지.


지금의 내모습은 불과 오래되지 않은 나의 모습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니까 말이야.


그 때 당시 내가 대기업에 다닐 때 나를 부러워했던 학교 동기 몇명은, 지금은 나보다 더 잘나가. 흐흐.


그 때는 알아서 연락하더니....


그 때는 또 우리나라 대기업 다니던 내 동기들 모임도 있었는데.


많기도 했지...


맛집을 함께 돌아다니는 모임이었지.


웃겨....


다 필요 없어.


난 원래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어려서부터, 난 항방향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어.


다양한 삶.


난 그것을 원했어.


1인 1역은 싫어.


1인 10역이 좋아.


그래서 내가 다중인격자인가봐.


다중이. 흐흐.


어짜피 내 인생이잖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책임져야만 하는 삶인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대기업을 퇴사한 마지막 이유.


"XX 일이 정말 힘들었어."


대기업 영업관리 업무강도는 쎈 편이었지...


대기업 퇴사 이유.


복합적인 이유 였어.


과연 단 한가지의 문제로 회사를 퇴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Written by Kavin



사람마다 모두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

대기업에 입사하면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 같지만,

퇴사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다.


나같은 선택은 하지 않기를 빈다.

난 좀 특이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당신은 세상에서 인정받고, 세상에서 모든 승부를 보려는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한 기업에 입사하면, 거기에서 최대한 롱런해야 그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안하기도 했고,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선택이 가져오는 차후의 결과는 생각보다 비참하다.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세상은 다양한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세상은 하나의 전문성, 하나의 꾸준함을 요구한다.


어짜피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대기업에 입사했다면 버텨라.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다면 말이다.


난 어렸을 때 부터 이미, 이 세상에 질려버렸던 사람이었을 뿐이다.


대기업도 X같고, 중소기업도 X같고, 소기업도 X같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는게 낫겠는가.


여담으로, 나는 경험상, 중견기업들이 종합적인 근무환경이 가장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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