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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친구들에게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


난 어렸을 적,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적 들었던 친구에 대한 명언이었는데,


"인생을 살면서 좋은 친구 1명과, 사랑하는 사람 1명을 만들면 성공한 삶이다."


라고 말이다. 난 어렸을 적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베프 (베스트 프랜드)"


라는 표현으로 서로 우리는 최고의 친구라고 영원히 우정이 변치 말자고 이야기하고 약속하며, 다짐을 했지만,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우정을 믿지 못했기에 했던 약속이었던 것 같다.


(케빈, 위니, 폴 파이퍼는 오래된 친구이다. 친구의 의미는 그냥 친구일 뿐이다.)

 

 

서로를 믿으면 확인하고자 하는 태도는 필요없다.

그래... 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와 활동을 함께 했지만 난 속으로 그들이 나를 떠나갈까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친구와 술을 한 잔 했다.

난 사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몸이 술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난 언제부터인가 억지로 술을 마시고 있다. 술 보다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이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술을 먹지 못하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다."


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


남자들과의 만남에는 항상 술이 함께 해야 했다. 난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고 하면 언제 부터인가 "긴장" 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따금, 아니... 아주 가끔 힘이 들 때 친구와 함께 나누는 소주 한 잔은 좋다.


그 때는 맛이 아닌, 소주의 쓴 맛으로 인생의 고단함을 털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취해야 활발해진다.", "취해야 솔직해진다." 라고 말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맨정신으로 솔직해지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난 술을 마시지 않고도 남자들과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이유는, 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상대방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술은, 솔직한 대화를 위한 도구이지만, 

난 술을 마시지 않고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난 어제 술을 좋아하는 친구와 술 한잔을 했다.

어찌보면 오래된 친구이다. 학창 시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친구였다.


난 그 친구와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

약속을 구태여 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이 되면 편하게 연락하고 본다.

억지로 시간을 빼려고도 하지 않고, 시간이 나지 않아 못보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친구가 급한 일이 있어서 만나지 못해도, 혹은 내가 몇 달 동안 연락 없이 잠적을 하더라도, 그냥 만난다.

아무 일도 없듯이, 그냥 우리는 만나서 마치 어제 만난 친구인 것 처럼 오랫동안 수다를 떤다.


그 친구가 술을 좋아하지만, 난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술을 마시고 나서 내가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며칠을 희생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나의 주량을 넘어서 취할 때 까지 마셨다.

그리고 그냥 나의 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그 친구는 나의 주량과는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취한 내 모습과는 달리 매우 멀쩡했다. 


난 어쩌면 그 친구에게 1년에 한 번 연락하거나 연락도 자주 하지 않으면서도 능청스러운지 모르겠다.

매일 매일 연락하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다.


어색함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 친구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단어의 뜻은 그냥 친구이다.

내가 잘나던, 못났던 친구는 그냥 친구이다.

그 친구가 잘났던 못났던 나는 그에게 친구이다.

친구란 그냥 친구이다.


때로는 나이가 서로 들어가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때로는 그 친구의 눈 빛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냉정한 눈빛과 차가운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어제는 취한 내 모습을 어찌보면 그 친구에게 처음 보여줬었는지 모르겠다.

난 취하더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내 모습을 처음 본 친구는 아마 놀랐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던, 보여지는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난 그냥 그의 친구일 뿐이다.

취한 모습이 우스워 보이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약속을 잡는다.

어색해지지 않기 위해서 일정 기간 내에는 꼭 한 번씩 보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내 마음대로 한다.

상대방에게서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냥 언제나 나는 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나 역시 아무일 없듯이 대할 수 있다.


어렸을 적에는 친구에 대한 섭섭함 같은 것도 있었다.

나 보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 질투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 질투심을 버리고, 친구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고,

그 친구를 그냥 나의 친구 라고 생각하니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서 계속 연락이 온다.


오히려 내가 그 친구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던 때 보다,

그냥 언제나 받아들여주는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그들은 언제나 부담 없이 연락이 온다.


중요한 일이 아니더라도,

그냥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말이다.


그냥 보면, 좋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난, 어렸을 적 두려웠었다.

내가 정말 좋은 베프를 만들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 나를 정말 좋은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다.


난 친구관계에서 실패했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해도 내가 정말 그들의 최고의 친구인가 라는 의심을 해왔고, 실제로 난 그들에게 최고의 친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난, 내게 말 할 수 있다.

난 좋은 친구이다... 라고 말이다.


갑자기 약간 눈물이 나려고 하네....


옛날에 내가 인생에서 너무 힘들었던 적이 두 세번 정도 있었는데....

난 핸드폰에 저장된 수백개의 연락처 중에서 내 힘든 마음을 이야기할 번호가 없었다.


하나 하나씩 전화번호부를 내려가며, 확인해 보았지만 항상 가면으로 가려왔던 나의 삶 속에서 나의 진솔한 이야기를 말 할 친구가 없었다.


내가 진실하지 못했기에, 나에게 진실하지 못한 친구들만 있었던 것 이다.

아니면, 내가 진실하지 못했기에, 그들도 나에게 진실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 스스로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때 지하철 탑승구역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떨구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그토록 인생에서 친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그런 좋은 친구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던가...."


라면서 한숨을 쉬며 우울해 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난 그 때 부터 "베프 만들기" 라는 것을 포기했다. 

어찌보면 "사람에 대한 포기" 라는 표현이 맞겠다.


상대를 내 소유로 삼을 생각을 버렸고, 상대방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냥 대했다.

그냥, 그냥 사람을 대했다.

친해지려 하지 않았고, 친해지려 하는 사람을 막지도 않았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

난 언제부터인가 언제나 반겨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순간 말이다.


난 어느새 부담 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서로에게 가면을 쓰고 대한다.

친한 척을 하지만 친하지 않고, 솔직한 척 하지만 솔직하지 않다.

친구를 만나면 어떤 자랑을 하고 싶어한다.


또한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으면 두려워하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게 여긴다.


난 혼자인 것이 두려울 때도 있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냥 자유를 택했다.


그리고 그 자유는 내게 좋은 친구들을 주었다.


어제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의 변해버린 모습에 마음은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때가 많이 뭍고,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그 순했던 친구가 독해져 있는 모습에 난 잠시 멈칫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난.

그의 친구니까.


그리고 상관없다.

그는,

나의 친구니까 말이다.


난, 그냥 친구이다.

의리를 외치는 사람도 아니며, 술을 함께 많이 마셔주며 그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주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난, 그의 인생 이야기를 조용히 언제나 들어줄 수 있는 친구이다.

새우깡에 소주 한잔을 하더라도,

돈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에 1000원짜리 과자에 안주를 먹더라도,

난 언제나, 그리고 오랫동안 그 친구를 마음 깊이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이다.


10년간 연락이 없더라도,

그리고 너무 긴 시간동안의 공백 후에 만나더라도

난 언제나 아무일 없듯 웃어주며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친구이다.


난 나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를 이용할 생각이 없다.

그냥 난 인생이라는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옆에 있는 친구이다.


나의 인생의 반은 성공한 것일까?

풋.


관심없다. 어렸을 적 인생의 성공을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의 기준으로 배웠던 나의 철없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난 인생을 성공하기 위해서 살지 않는다.

그리고, 성공의 조건으로 친구를 성공요소와 조건으로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난. 그냥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이 인생이 성공의 길이든 실패의 길이든, 난 그냥 내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친구란 내가 이용을 당해도 상관없는, 그냥 친구일 뿐 이다.


소주 한잔이 쓰다.

난 친구와의 소주 한잔으로 인해 후유증으로 이틀의 시간을 힘들게 보내야 할 듯 싶다.

다음에는 조금만 마셔야지.


Written by K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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