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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시간이 지난 이야기 입니다.


거의 10년 전 일이니까요.


어느 날 누나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뭐 언제나 안 좋았지만...


평소에 저에게 의견을 묻거나 질문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 누나가 저에게 묻더군요.


"내가 펀드를 하는데, 이게 지금 반토막이 났어...어떻게 해야하지...?..."


물론, 저에게 진지하게 저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물어보는 말투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슬쩍 묻는 수준정도.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그 때 당시


"적립식 펀드"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펀드를 하던 시절이었고, 일반 적금을 들면 무식한 사람 취급받던 시절이었죠.

 

 



저 역시도 펀드를 하고는 있었는데,

재수가 좋은 것인지, 그 때 당시 제가 목돈이 좀 필요해서, 모든 돈을 다 끌어 썼던 시절입니다.

수중에 돈이 없었죠.


또한, 제가 이리 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사실 그 시기에는 뉴스도 잘 안챙겨보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누나가 이런 말을 하던 것이었습니다.


제 누나가 원체 냉정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표정에 변화는 없어보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냥 누나의 그런 표정을 보고, 


"그냥 뭐 그런가보구나."


하고 생각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


지금, 주식을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누나는 바로 리먼브라더스 사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정통으로 두둘겨 맞았던 것 입니다.


몇 년 동안 직장생활해서 모은 돈을 다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던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던 것 입니다.


그러나, 누나가 평소에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스타일이라서 그 심각성을 잘 인지 못했었죠.



금융위기 사태가 한참 진행중 이었던 상황입니다.


저는 뭐, 그런 상황을 잘 몰라서 누나에게 말했죠.


"팔아야 하지 않을까?"

(손절 이라는 단어 자체도 모르던 시절이었죠.)


좀 고민을 하다가 조언을 해줬죠.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혔습니다.


"반이라도 건져야할 것 아니야...."


(드라마도 아니고... 내가 이런 말을 과거에 한 적이 있었다니...감회가 새롭습니다.)


"반이라도 건져야할 것 아니야."

(영화 작전 中)


누나는 저에게 그 한마디 질문을 하고, 저의 대답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괜히 물어봤네.'


라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껏 걱정해주면서 조언을 해줬는데, 돌아온 표정이 냉랭하길래, 그냥 저도 입을 다물었죠.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참나... 조언을 듣지도 않을 거면, 뭐하러 물어보냐...'


라고 말이죠.



시간이 지나,


주식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누나가 그 때 당시 많이 고통스러웠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세계 경제에 대한 고민이나 개념도 없었고,


그냥 반이라도 건지라고 일반적인 생각의 조언을 해줬던 것이죠.


어쩌면 누나는 저에게 좀 전문적인 식견을 들어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고작 저의 대답이 좀 허접했죠....


"반이라도 건져라...."


좋은 조언인가요? 무식한게 죄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로,


더 이상 누나는 그런 수익률이 높은 펀드나 주식과 같은 제테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생각해 보면 웃긴 일 입니다.


흐흐...


나중에 결과나 상황은 더 묻지 않았습니다. 


제 말을 듣고 손절을 쳤다면 시기 상 반은 건졌을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무자비하게 돈을 날렸을 것 입니다.

얼마나 잃었는지 궁금하기는 한데, 물어보지는 않습니다.



지금 와서 제가 똑같은 상황의 질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때와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일단 돈을 잃고 있으면 그 자체가 답이 없는 것 입니다.

공부를 하나 하지 않으나, 결국 주식이란 돈을 버느냐 돈을 잃느냐의 이지선다형의 결과만 있을 뿐.


그 금융위기 속에서,

결국 누나도 철저하게 혼자가 될 수 밖에 없었듯이,


우리들도, 위기와 기회의 순간에, 항상 혼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든 쪽박치든 해야겠지요.


(누나가 뒤에서 저러고 있었을 수도?....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누나도 그 때 당시 어쩌면 지금 제가 주식하면서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했었을 것을 상상해보니 재밌네요.


흐흐흐...


직통으로 두둘겨 맞다니...

신기합니다.


잡소리 주식 개그 케빈이었습니다.


(너 왠지 좋아하는 것 같다?)


흐흐흐...아니야. 좋을일이 뭐가 있어.


그냥, 주식을 알게 된 후로, 과거 국제 금융위기 사태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랬었거든.

주식하기 전에는 사실 그냥 사태 이름정도만 알고, 내용은 잘 몰랐었지.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누나가 직통으로 그 위기를 맞았단 거였어.

내가 그 때는 무지해서 잘 몰랐지만,


마음 고생 많이 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중에라도 좀 물어보지 그랬어. 어떻게 했냐고.)


손절쳤냐고 물어보라고?


자존심 스크레치날까봐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다....

물어본다고 대답할 인간도 아니고.

그리고 그걸 물어봐서 무슨 의미가 있겠니...


이미 결과는


아주 부정적이냐

아주아주 부정적이냐


둘 중 하나일텐데 말이야.


그리고, 주식이나 펀드 실패한 사람에게

손절 쳤냐 안쳤냐 물어보고 걱정해 주는 것은

매너가 아니어유~


내가 투자금 다 복구시켜줄 것 아니면.


어설프게 걱정해주는 것은

상대방이 훈수질한다고 느끼게 되거든.


그냥 아무일 없는 듯 대하는게 최고야.


아무튼...그냥 신기해서...

문득 생각이 났어...


아참...


그리고 누군가를 걱정해주려면 말이야.

뭘 좀 알아야 걱정해줄 수 있는 것 같아.

내가 무식하니까 그 상황이 똥인지 된장인지 잘 모르잖여...

내가 그 때 행동했던 것 처럼 말이야.


만약.

지금의 나라면

많은 고민을 해주고 공감도 해줬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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