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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에 외롭게 서 있는 벤치

 

안개 낀 두물머리는 언제나 조용하다.

좋은 명소로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많아지고 보통 어떤 곳이든 시끄럽게 되기 마련인데,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는 언제나 처럼, 그렇게 조용하다.

 

두물머리의 아침 공기는 뭐라고 할까.

그냥 숨을 쉬고 있는 듯 하다. 코로 호흡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숨을 쉴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그리 간직하고 싶은지,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언뜻 봐도 비싼듯한 카메라는, 마치 자신의 카메라 기종을 자랑하려는 것 처럼 보인다.

 

두물머리의 가을은, 어찌보면 매우 초라하다.

푸르른 풀잎들도 없고, 쌀쌀한 겨울을 맞이하는 초입에 있기 때문이다.

 

별로 찍을 곳도 없는데,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의 카메라의 머리를 돌려대고 있다.

 

아마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두물머리의 고요함을 사랑하는 듯 하다.

소음 속의 도시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손에 자라지 않는 듯한 조그만 야생화에도 감동을 받는 듯하다.

 

 

 

그래.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보여지는 모습으로 모두가 바쁜 일상 속에 아둥바둥 하며 서로를 죽이지 못해 산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이 세상에는 이렇게 조용함을 즐기며 작은 것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외롭게 서있는 벤치 사진은 아무도 찍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저 벤치의 모습이 이리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어려서부터 난 등나무 곁에 외롭게 서있는 벤치를 보면서 먼 훗날 내가 나이가 들면, 조용히 그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상상을 하고는 했었다.

 

가끔씩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보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만끽하고 싶었다.

 

물론 이 세상의 바쁜 일상은, 나의 이러한 생각들 조차 잊혀지게 만들었지만, 나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그런 꿈이 있었다.

 

고급 벤치도 아니고, 화려한 색상의 아릿다운 벤치도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앉으라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게 놓여있는 그냥 벤치일 뿐이다.

 

그런데 난 그 벤치가 아름답게 보인다.

 

△ 두물머리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외로운 당산나무 근경

 

바로 이 사진이다.

두물머리라는 곳을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다.

 

저 커다란 느티나무 곁에 사진을 찍는 몇명의 사람들이 매우 작게 보여진다. 양수리의 모서리인 두물머리 뒷편을 자잔히 흐르는 남한강은 잠시 긴 여행 속 쉼터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짙은 안개로 남한강이 잘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뽀얀 안개 속에 감쳐줜 남한강의 배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난 저렇게 당당하게 홀로 서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쉼을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여유와 사랑이 넘쳐나는 사람이 되고싶다.

 

거친 비바람에도 굳건할 수 있는 저런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에 지친 사람에게 한그루의 나무가 되어 그들에게 조용히 그늘을 제공하고, 열매를 나누어주고 싶다. 비록, 그 누구도 그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커다란 느티나무가 되어

누군가의 쉼터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결국 희생이 필요하다.

 

난 조금씩 준비해나가고 있다.

나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누군가에 대한 희생과 그에 대한 보람을 배워 나가고 있다.

 

비록 지금은 작은 묘목에 불과하지만... ...

난 마음속으로 저 커다란 당산나무를 꿈꾼다.

누군가의 아픔도, 슬픈 기억도 모두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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