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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쓴다. 

 

내가 쓰는 개인 창고가 있는 건물에는 다른 사람들이 사무실등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나는 나의 창고에서 가끔 책을 보기도 하는데 오늘 내 창고 주변에서 일하는 한 남성의 모습을 보며 글을 써본다.

 

오며가며 몇 번씩 마주치던 사람이다.

 

창고를 얻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난 처음 그 사람을 보며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다. 그는 항상 분주해 보였다. 목소리도 크고 말도 빠르게 하는 편이다. 가끔 밖에서 바람을 쐴 때 마주치곤 하는데, 그는 주식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하는 것 처럼 보였다. 특히 내가 본 그의 모습은 항상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난 그래서 그냥 개인투자자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친구와 주식이야기를 하는 그런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너도 나도 다 주식하고, 사람들간의 자주 거론되는 대화 소재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오늘 바람 좀 맞으러 건물 밖 휴게장소로 나왔는데, 그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워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떨리고 있었고 가만히 서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되지만, 안듣는척 딴청을 피우며, 그 남자가 하는 이야기를 좀 들어보게 되었다. 듣지 않으려고 해도 원채 목소리가 시끄러운 사람이라 다 들린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충 들어보니 그는 주식 리딩을 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그는 고객에게 현 상황에 대해서 설득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는 안절부절하며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그가 주식 리딩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지난 그의 모습들을 떠올려보면 그는 주식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전문가처럼 설명을 해주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친구와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마치 누군가를 가르치는 전문가의 어투였다.

 

그는 매우 당황하는 모습 같았다.

 

우리나라의 폭등장은 근 10년간 딱 1번, 공매도 일시 정지를 시행했던 시점, 딱 그 기간 뿐이었다. 공매도 일시 폐지라는 반칙아닌 반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상승장이었다. 이 시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되었고, 아마 그들 중 다수가 번돈 보다 잃은 돈이 많아 한숨 짓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 시기에 주식이 잘 되니,

 

"나 주식 고수인 것 같아."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매우 많이 늘어났을 것이고, 그에 따라 이 참에 주식전문가로 나설 결심을 한 사람들도 많아졌을 것이다. 이를 예상해볼 수 있는 이유는, 나 역시도 한 때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냉정한 현실 속에 나도 결국 그저그런 특별날 것 없는 투자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었다. 

 

그러나, 요 근래, 적지 않은 새롭게 주식 전문가로 나선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겨를도 없이 바로 리딩 전문가의 길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달리는 말에 타라 라는 말도 몰라? 나 오늘부터 주식 전문가 시작한다!"

 

폭등장은 아니더라도 상승장 때마다 늘상 있는 현상이다. 상승장만 되면 주식이 쉽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 자신감에 그대로 주식 전문가의 길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의 주식 전문가인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동안 잘해왔을 수도 있고 말이다. 다만 오늘 본 그는 너무 불안해 보였다. 가만히 서있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했다. 

 

그의 모습을 보며 나의 마음은 좀 씁쓸해졌다.

 

세상은 주식으로 실패한 사람들을 보며 놀려대고 무시하지만, 나 역시도 주식을 하면서 한탄스러워 하던 시기가 있었기에 거의 모습이 남일 같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깊은 한숨이 아닌 깊은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를 떠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주식판의 냉정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난 그가 그런 리딩 전문가가 된 것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이해가 되고, 또한 그 실패에 대해 좌절하는 모습에 대해 불쌍하기도 하다. 이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 애매하다. 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깨달음, 공감과 착찹함 그리고 안도감이 섞인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주식은 현실이다.

 

현실... ...

 

당신은 영화의 주인공일 수도 있겠지만, 그 수 많은 배우들 중, 주인공은 단 하나이다. 과연 그 주인공이 당신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무슨 조언을 해주거나 거창한 말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쓴 건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을 보며 만약 나도 한 때 주식이 잘 되었을 때 나 잘났다고 주식전문가의 길을 선택했다면 아마 엄청난 시련을 겪었을지 모른다는 그 착잡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주식으로 돈을 좀 제대로 벌어보고 싶다는 꿈을 누구나 한 번 쯤은 꾸기 마련이다.

 

난 그의 눈빛에서 그 꿈이 산산조각 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꿈이 무너진 사람을 보는 것은 마음이 씁쓸해지는 일이다.

 

아마 한국 주식시장의 하락장에 맞물려 좌절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이 상황을 어찌해야할지 마음을 조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여유있는 사람들로 가득해 보이고,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주가 하락을 우습게 대하지만... ...

 

나는 안다.

 

누군가는 큰 실의에 빠져 멍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는 걸... ...

 

주식은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주식은 그런 사람들이 나오도록 설계되어졌으니까.

 

떠나라고 해도 결국 주식 맛을 본 사람은 도박 중독자들처럼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것도 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나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

 

용기를 주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 모든 말들이 허공의 울리는 메아리라는 것도 안다.

 

난 그냥,

 

이 주식판의 냉정한 현실을 또 느끼고, 또 느낄 뿐이다... ...

 

Written by Kavin.

 

난 주식을 통해 세상의 냉정함을 배운다.

달콤한 사탕으로 유혹하는 자의 등 뒤에는 날카로운 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배운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환상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리는 현실을 배운다.

결국 위기의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배운다.

 

그런데,

이러한 배움이 보람되기 보다는,

배우면서 점점 쓸쓸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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