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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Elly


앨리.

난 오늘도 나에게 실망을 하게 되었어.

오늘 하루는 내게 상당히 힘든 날이었어.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나의 모습에 대해서 한 번 씩 실망을 하게 되면, 그날 하루는 겉잡을 수 없는 우울함에 빠지고는 해.


사람들은 이게 바로 우울증이라고 하더라.


그래. 나도 내가 우울증이 있는 것은 인정해. 그런데 결국, 그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자신 스스로일 테니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의 치료도 필요없다고 생각해.


약의 힘으로 살아갈 수는 없잖아.

미쳤든, 미치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사는 것은 어찌보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거라고.


아무튼, 난 이번 주말에 조용히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어.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데,

나의 시계는 언제나 그 옛날의 시간에 멈춰져 있어.


나의 시계침은 돌아가지 않아.

그대로 정지되어 있어.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옛날에 살고 있어.


이렇게 기억의 조각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이 때로는 너무나 초라할 때가 있지만,

그 초라함을 벗어나려고 다른 사람에게 맞춰서 살 생각은 없어.


난 내가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에 나를 맞춰놓고 살고 있을 뿐이야.

현실은 어두울 뿐이니까.


내가 너를 만났던 그 엣날 어린 시절부터 난 알고 있었잖아.

이 세상의 현실은, 내가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꿈꾸었던 그런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이야. 현실과 이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말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짜피 이 세상은 나의 기대 이하일 뿐이니까. 내가 그 어떤 것을 이루어 내던 간에 이 세상의 수준은 결코 내가 바라던 수준에 다가갈 수 없어.


난 단지 말이야.

적어도 이 세상이 그렇든지 말든지 간에, 나에게 실망스러운 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나간 모든 아픈 추억과 기억들,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뒤로 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부터라도 내게 실망스러운 내가 되지 않는거야.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물론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에 살려면 말이야. 그렇게 살아야 되. 그리고 너를 만나는 날, 무슨 말이라도 하려면 말이야, 지금부터라도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포기?

좋아... 포기해도 상관없어. 어짜피 내가 내린 결정일테니까. 그런데 내가 널 만날 때는 모든 것들이 정리되어 있었으면 좋겠어. 복잡하지 않도록 말이야. 이런 문제, 저런 걱정에서 모두 자유로운 그냥 나로서 널 만나고 싶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가 무엇을 생각하든 결국 모든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아. 어짜피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결국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지. 내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느냐 부정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대한 차이지. 그런데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아. 부정적인 것은 단지 부정적인 것일 뿐이니까.


난, 부정을 긍정으로 되돌릴 수 없어. 내가 되돌리려해도 세상이 돌리려 하지 않을테니까. 난 세상 앞에서 작은 존재일 뿐이니까.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 돌리려고 하지 않아. 억지로 노력하지 않을꺼야. 난 세상 사람들에게 향했던 내 눈을 감아 버릴거야. 세상이 어떻든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 그냥 난 내 인생을 사는거야. 나를 기준으로 삼고 사는거야. 나에 대해서 내가 평가하고, 나에 대해서 내가 반성하는거야. 세상의 조언 따위는 듣지 않아. 내게 조언하는 자도 나이고, 내게 칭찬을 하는 사람도 나야.


오직 나야.


그런 나에게 난 실망스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거야. 물론 세상으로 인해서 무너질 수도 있겠지. 어차피 나의 적은 세상이니까. 그래도 상관없어. 그냥 걷는거야.


그 끝이 무엇이든, 그 결과가 무엇이든 상관없어.

나를 평가하는 사람은 나야.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평가하도록 두지 않을꺼야.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내가 아니니까. 세상에서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존재는 내 곁의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이니까.


앨리.

결과를 꿈꾸며 살 수 없다는 것은 참 미쳐버릴 것 같은 일이지. 누구든 결과를 상상하며 살아가니까 말이야. 하지만 난 결과를 꿈꿀 수 없어. 그 결과는 거의 뻔할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 결과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의 결과이지, 내 스스로에 대한 결과가 아니야.


난 내 스스로에게 대한 결과를 내기 위해 걸어갈 뿐이야.

보여지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에게 말이야.


그리고 나서 네가 다시 돌아오면 그냥 웃고 있을께. 더 이상 내 눈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널 바라보지 않을테니까. 그냥 나를 나로서 너를 바라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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