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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난 어제 금요일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새벽 내내 마셨다.


그리고 토요일,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지금 일어났다.

자주 오지 않는 토요일을 그렇게 의미 없이 보낸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특히 남자들끼리는 술자리가 끊이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지 않거나 잘 마시지 못하는 남자는 사회 생활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술 문화가 좋다고 포장하지만, 난 대부분의 술자리는 싫다.)



음....


내 주량은 정확하게 소주 2병이다. 

소주 2병을 넘기면 다음날 생활이 힘들고, 소주 2병 까지는 컨디션에 큰 문제는 없다.


소주 3병 정도는  보통 사장급이 주최하는 회식자리에서 내가 주당인 사장 옆에서 다른 동료 대신 총대를 매고 의무와 책임감으로 마실 때 마신다. 물론 어렸을 때 그랬고, 지금은 총대 자체도 매지 않는다. 3병 정도를 마시면 일단 "집으로의 귀가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라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마셔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서는 4병까지 마셔본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까지 마셔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회사라면 그냥 그만둬버린다. 4병 정도 마시면 길거리에서 잠들어 버린 나를 경찰이 몇 번이나 집에 대려다 주었다. 그 때 당시는 내가 인생에 대한 꿈과 희망, 목표로 가득했던 순수한 기간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에 사활을 걸었던 시기였다. 술자리에서도 지지 않기 위해서 사활을 걸었던 시기이다. 아마 경찰들이 집에 대려다 주지 않았다면 난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동사 했을지도 모른다. )


그러나 보통 나는 술자리 내에서는 정신력으로 버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전혀 멀쩡한지 알고 있다.

문제는 술자리가 끝나고 사람들과 모두 헤어지고 나 혼자 있을 때 이다. 그 다음부터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에서 숙취로 인한 택시에서의 멀미로 인한 고통, 길거리를 걸어서 집에 오는데 너무 힘들어서 혼자 쓰러져 버리며 잠들어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내 주량 자체로만 따지면 사회생활은 거의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내가 술 맛이 매우 맛이 없고, 다음날 뿐 아니라 2틀 정도까지 숙취 현상으로 인한 짜증스러움이 싫다는 것이 문제이다.


맥주는 배가 불러서 잘 못 마시며, 소맥은 결국 맥주의 비중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잘 못 마신다.

술에 너무 취하면 그냥 자버린다.

아니면 미안하다고 말 하며 그냥 그 술자리를 뜬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것 보다, 차라리 깔끔하게 그 술자리를 떠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잘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100번의 술자리가 있다면 고작 한 두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자리를 중간에 뜨면 배신자 취급하거나 의리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아니면 술도 잘 못 마시는 정신력이나 의지력 없는 인간으로 취급해 버리던가 말이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술을 빼거나 술자리 도 중 자리를 뜨지는 않는다.


즉, 마실 꺼면 마시고 마시지 않을 것이라면 마시지 않는 스타일이다.

술을 같이 마시기로 했으면 끝까지 함께 간다.

그래서 술자리 회수는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술을 못 마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 술을 마시기로 약속했으면, 정신력으로, 다음날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마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안에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내가 술을 즐긴다는 뜻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술을 잘 마시게 생겼다고 한다.

내가 나를 봐도 술을 참 좋아하게 생겼다.


그런데 정작 나는 술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술을 마실 때 나의 머릿 속 본능을 담당하는 뇌의 한 가운데에는 이런 칩이 박혀 있다.


"술 먹고 말 함부로 하지 말라."


라는 프로그램 칩 말이다.


이 칩은, 이성적인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이것이 이성적으로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지." 가 아니라 "내 몸과 입이 자동으로 그렇게 절제한다." 라고 할 수 있다.

이성의 개념이 아니라, 이미 본능의 개념이 된 것이다.

난 일생을 살면서 술을 마시고 단 한 번도 사람들과 말다툼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와 술을 마시는 것을 거의 대부분 좋아한다.


술을 마시면 그 동안 어색해서 말하지 못했던 상대방에 대한 칭찬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교도 많아지고, 아무튼 내가 봐도 내 성격이 너무 밝아진다.


그런데 정작 나는 술을 싫어한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싫어하는 것이다.


난 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소 피하려고 노력한다.

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술이 달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거나


"자기 전에 꼭 소주 몇 잔은 먹고 잠든다.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라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는 술자리를 가능한한 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한다.


그리고 솔직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술을 쓴 맛에 먹지, 단 맛에 마시지는 않는다.


쓴 맛에 먹는 이유?...

그것은, 술의 쓴 맛을 느끼며 인생의 쓴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은 알콜로 되어 있고, 당연히 쓸 수 밖에 없다.

이것을 달다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 대낮에 술을 물대신 컵에 마시는 사람들은 내가 주로 피하는 스타일이다.


술이 달다는 사람은 진짜 맛이 달아서 하는 소리이다.


이해가 안되서 "정말 술 맛 자체가 달아요? 아니면 실제로는 쓴데, 술 마시는 것 자체를 달다라고 느끼는거에요?" 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그런데 그 답변은


"달아. 정말."


이었다. 참고로 정말 저런 사람들이 있고, 그 수도 상당하다.

 

 

난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만나고 싶기 때문에 마시는 것일 뿐, 나는 술 없이도 오랫동안 대화를 지속할 수 있다.


난 술을 싫어한다.

술은 맛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콜라나 사이다가 맛있다.


난 술 마시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다음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머리로 졸린 듯한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싫다.


난 나의 정신이 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 싫다.

가끔 정말 힘들 때, 술의 힘을 빌려 볼 때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난 간이 좋지 않아서 숙취가 오래가며, 해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술을 마신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을 위해 그 다음날 까지 희생해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나의 이틀을 딱히 내게 큰 의미가 없는 상대에게 받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난...


술을 의무적으로 마신다.


"다른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위해 같이 마셔 준다."


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물론 이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 의무감의 필요가 사라지고 있다.

어렸을 때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조건 "네 술자리에 가겠습니다." 해야 했지만, 이제는 "다음에 마셔요." 라는 말을 해도 크게 이상 없는 세상과 나 또한 그런 나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술을 마셔야 서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오히려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맨 정신으로, 뚜렷한 정신 상태에서 나누는 대화가 서로 마음만 열어 놓는다면 진솔하게 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풀린 눈으로 하는 이야기 보다, 정확한 눈동자로 하는 이야기가 더욱 진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거의 드물다.

그래서 남자들과 함께 거의 평생의 사회생활과 조직 생활을 해왔던 나는, 술 때문에 힘든 적이 너무 많았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자 함은, 그 만큼 평소 때 자신의 모습이 솔직하지 않다는 뜻과 유사하다고 본다.

술을 마시면 변하는 사람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솔직함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들도 많이 쏟아낸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서로 관계가 흐트러지거나 서운해 지는 상황을 나는 매우 많이 보아왔다.


난 술이 싫다.


난 술을 마시는 것이, 또 하나의 업무이다. 

그냥 편하게 집에서 쉬고 싶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마찬가지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 놀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남자들 사이에 술을 빼 놓으면 마치 남자 답지 못하다는 인식을 우리나라는 만들어 놓았다.


남자다움이란, 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술이 있어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술로 용기를 얻어서 말하는 사람이 과연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술이 있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술이 곧 남자라는 식으로 포장한다.


난 토요일을 잠으로 통째로 날려 버렸다. 난 특히 이것이 싫다.

내가 술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생활할 수 없게 방해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난 술을 마시는 것이 또 하나의 일이다.

난 일을 하면 일에 집중한다. 그 일에 정신을 소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정규적인 일이 끝나고 나서, 정신이 소진된 상태에서 또하나의 술자리라는 일을 감당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이 솔직한,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술에 대한 평가이다.

나의 블로기 이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지, 어디 가서 이런 말을 하면 엄청나게 욕을 먹겠지?


술이라는 것은, 자신의 신체적 건강 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번데기 알레르기가 있는데, 번데기를 계속 먹으면 그 알레르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우기는 이치와 같다.


태생적으로 알콜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억지로 먹어서 주량을 늘리라는 따위의 말과, 술을 많이 못마시면 남자가 아니다라는 허무맹랑한 말로 술 잘마시는 것을 과시하는 인간들의 말이 지배하는 남자들의 조직 생활에서 나는 그 타당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난 담배를 피지만,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과 커피 한잔을 하며 웃고 떠들 수 있다.


담배를 안 피니까 상대방과의 관계를 서운하게 만드는 인간들의 부류가 싫다.


담배를 안펴서 사회생활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보아왔다.

아니면 결국 피게 만들던가 말이다.


담배를 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커피 한잔 건내 면서 편하게 이야기 하는 흡연자 선배가 얼마나 멋있는가?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은 내가 술을 아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마시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술을 한 번 마시면 자주 함께 가자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나의 연기자 같은 삶 아닐까.


연기가 얼마나 완벽하면, 내가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겠는가.


술을 마시는 것은 내게 일이다.


이 말을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런데 아마 모두가 싫어하겠지.


그걸 알고 있다.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대부분의 호탕한 성격의 남자들은 술을 좋아하는데, 내가 그들에게 서운함을 줄 것 같아서 말이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싫다고 안한다는 것도 정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이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면, 그 관계가 그리 긍정적이 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에는 술 말고도 좋은 것과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왜 그토록 술에 집중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좋아서 술자리를 즐긴다. 너희들이 좋아서 술자리가 좋다."


이 말을 습관적으로 던지는 내 후배들이나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난 이 한마디를 꼭 하고 싶다.


"평소에 잘해라."


라고 말이다. 평소에는 냉정하며, 이기적인 사람들이 술자리만 오면 저런 말을 신나게 던져댄다.


사람들과 맨정신으로 대화 하는 것이 어색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맨정신으로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정상인지, 아니면 술을 먹어야 다른 사람과 대화가 되는 것이 정상인지 말이다.


비정상이 정상이라고 우리나라 사회와 국민들, 이 시대가 만들어 놓았는데 내가 어찌하랴.

살기 위해서는 맞춰 주는 수 밖에.


어제 3차까지 신나게 달리고, 술자리에서 재밌게 놀았던 케빈의 뒷 모습은 이러하다.


하지만 시덥지 않은 친목 도모 술자리나 접대용 또는 인간관계를 위한 사전포석용, 한턱 쏘기 술자리 말고, 정말 진솔한 고민과 솔직한 대화를 위한 술자리는 언제나 환영한다.


상대방과의 진솔한 대화를 위해서는 나의 숙취로 인한 다음날과 또 그 다음날을 포기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 많은 술자리 중에서 과연 그토록 진솔한 술자리는 몇 번이나 있겠는가....


2017. 3. 11. 

Written by Kavin

어제 술자리에서 날라다니던 그 모습은 내가 아니다.

연기자 케빈일 뿐.


난 그냥 커피숍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술을 거절해도 되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그 부류는 "천재형", "능력형" 인간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95%의 사람들은 천재도, 그리고 능력있는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에

권하는 술을 거절할 수 없다.


교과서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정중하게 거절하면 된다고 말하더군.


아르바이트형 업무나, 단순 반복 노동직, 현장직은 가능하다.

어짜피 상대방에게 배울 것도 없고, 진급이란 개념도 없으며, 진급해도 별 가치가 없는 수준이거나,

한 달이면 모든 업무를 다 할 줄 아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회사 같은 경우는 상대방에게 도움과 협조를 구하는 일이 많은데,

친목관계에서 부족하면 업무 자체가 타격을 받는다.


인터넷과 현실은 다르다.


술은 정말 맛이 없다.

그리고 머리를 너무 아프게 한다.


난 술자리가 이렇고 저렇고를 떠나서,

딱 술 이라는 객체 하나만 보고 평가한다면,

난 술이 싫다.

여러분의 공감하트와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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