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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Elly

 

처음부터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

 

아둥바둥 살아왔어.

힘들고 지칠 때, 난 행운이 따르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

그래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버텨내려고 했어.

 

그런데 말이야.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정신력의 용량이 다르더라.

나는 어느새 그 한계선에 도달해 버렸어.

 

이제는 나의 마음에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기에 슬프냐고?

아니...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아.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거든.

 

가끔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내 인생이 무척 행복했을 텐데 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럴 때 마다 난 가끔 아쉬움을 느끼지.

 

그래.

그래서 재수가 없는거야.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숨어있거든.

그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에 아직도 따뜻함과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난 그 사람들을 너무 늦게 만나버렸어.

그건 내가 뭐 어쩔 수 없는거야.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나는 그들을 늦게 만난 것일 뿐이야.

그것을 가지고 후회하거나 아쉬워 할 필요 없어.

그냥 난 재수가 없는 것일 뿐이니까.

 

어떤 누군가는 좋은 사람들을 처음부터 만나왔기 때문에 세상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고,

 

어떤 누군가는 좋지 않은 사람들을 처음부터 만나왔기 때문에 세상이 어둡고 썪어 보이는거야.

 

난 단지 후자일 뿐이야.

이것은 내가 어떻게 조율하거나 만들어나갈 수 없는거야.

 

그래서 무너졌던 거고,

무너지는 것이 당연했을 뿐이야.

 

이제는 내 삶에 대한 핑계를 대는 것도 지쳤고,

내 탓을 하는 것도 지쳤고,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발견해 나가려는 발걸음도 지쳤어.

 

 

그래.

 

지쳤으면 지친것일 뿐이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지쳤는데, 지치지 않은 척하는것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가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해.

 

"저런 사람들도 저렇게 잘사는데, 나는 왜이렇지..."

 

하고 말이야. 내가 볼 때는 너무 나쁘고 좋지 않은 사람들도, 세상에서 인정받으면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데, 나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야.

 

그래. 이런 생각 조차 부질 없다는 것을 알게 됬어.

 

난 단지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 뿐이야.

 

재수 없게 태어났고, 그냥 그렇게 살고 있을 뿐이야.

 

이제는 왜 재수가 없었는지 그 인관관계를 따지는 것도 지쳤어.

그리고 난 결론을 내렸어.

 

그냥...

 

재수가 없는거라고.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 착한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 똑똑한 사람인데 따위의 말은 필요 없어.

 

그냥...

 

재수가 없는거야.

 

이번 생은 그냥 재수 없게 사는거야.

그러기로 했어.

 

 

 

만약에 말이야.

 

다음 생이 혹시 있다면, 그 때는 재수가 있던 말던 상관 없지만,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생이 재수가 없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만약 말이야.

다음 생이 있다면 난 처음부터 무척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지금 처럼, 뒤늦게 인간의 따뜻함의 중요성을 깨닫는 바보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냥 따뜻하게 다른 사람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뭐, 물론

다음 생이 있다면 말이지.

 

점점, 더욱 더

난 오늘도 깨달아가고 있어.

내가 재수가 없다는 걸.

 

막 재수 없다고 쓰니까 웃기다.

그런데 어떻하냐. 재수가 없는걸.

 

난 이 재수 없는 삶을,

그냥 정주행으로 아무 흔적도 없이 살다가

조용히 나부끼다 떨어지는 저 나뭇가지의 낙엽처럼

그렇게 잠잠히 사라져 갈꺼야.

 

 

만약 네가 나의 삶을 알고, 나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면,

어렸을 적에 빨리 말해주지 그랬어.

괜히 후회하거나 방황하지 않게 말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룰루랄라 살았을 거 아니야.

 

후후.

 

너에게 가는 그 날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내 몸과 마음이 느끼고 있어.

우리, 어렸을 적에, 그 때처럼

다시 아무 생각 없이 웃던 그 시절처럼,

비오는날 외롭게 걷던 내게 다가와 주었던 너의 모습처럼,

 

우리 그 때처럼,

나중에 웃으면서 다시 보자.

재수 없는 삶, 재수 없게 잘 살았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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