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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여행 1편 - 속초 앞 바다에서의 사색


 

 

가슴이 터질듯이 힘들어서 그냥 밤바람 맞으며 속초로 달려왔다.


무엇을 바라고 온 것도 아니고, 무엇을 희망하며 온 것도 아니다.


난 그냥 바다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은 21살 이었다.


나의 첫 바다는 해운대였다.


놀러간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힘들어 하는 후배를 위로해 나름대로 인생에서 가장 먼 여행을 떠나본 것이었다.


해운대라는 곳은 생각보다 화려했다.


센텀시티라는 곳이 있더군...


난 부산이라는 곳이 그냥 촌구석인지 알았는데, 상당히 화려한 도시였다.


물론 해운대라는 곳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10년 동안 나는 바다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다.


난, 사람들과 함께 바다로 여행을 와 본적이 없다. 산을 좋아해서 였을 수도 있겠지만, 강은 자주 가봤지만 바다는 생각보다 와본적이 없다.


난 인생을 살면서 제대로 바다를 3번 정도 보았다.


그 3번째가 바로 오늘이다.


빠르게 오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나는 이 더위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맞고 싶었나 보다.

국도를 따라 긴 시간을 달려왔다. 국도라는 곳도 좋더군.

속도를 제대로 낼 구간이 없다보니, 그냥 낮은 속도로 천천히 밤바람을 맞으며 올 수 있었다.


속초 해수욕장의 바다는 솔직히 좀 초라하다.


해운대와 경포대, 특히 경포대는 참 아름다웠는데...

속초 바다는 그냥.... 조그마한 모래사장을 가진 그런 곳이다....

 

(속초 해수욕장의 아침은 고요하면서 찬란하다.)


인적이 드믈고, 평소에 오지 않았던 곳에서 그냥 이렇게 걷고, 컴퓨터를 하고....

그냥 이런 경험이, 그냥 그 경험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무엇인가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곳은 이리도 시원한데...

내가 사는 서울은 찜통 처럼 답다.

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나혼자 있을 시간도 없다.

항상 내 주위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난 싫다.


사람들이 많은 것이 싫다.


난 항상...

나 혼자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그냥 이대로....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

다시 치열한 그 좁은 서울 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도 싫고,

좁은 길을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다니면서 걷는 것도 싫다.


낮에는 조용히 일하고,

밤에는 조용히 걸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냥 나 혼자 말이다....


인생은...


혼자다...


난 몰랐다. 인생이 혼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아왔다.

인생은 함께 걷는 것이라고 평생을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돌아서서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그 때는 몰랐는데, 난 혼자였다.


난.... 혼자였다.


난, 떠날 때도 혼자 떠날 것이다.


한 때는 정말 많은 미련이 있었다.


이 세상에 대한 아쉬움과, 왠지 모를 그리움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감정들을 하나 하나 씩 정리해 가고 있다.


난 지금 혼자 이고, 그리고 혼자 이고 싶다.


지나간 사랑도, 생각해 보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었나 싶다.

서로 맞춰보고, 대충 맞으면 사랑한다고 하고.

사랑하기로 하고.

사랑해야만 하고.


그리고 돌이켜보면, 내가 긴 시간동안 힘들어 하며 사랑했던 사람은, 

이제야 깨달았지만, 내가 사랑했던 그 모습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현실과, 나의 위치와, 나의 능력에 맞게, 잘나갈 때는 사랑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사랑하지 않고...


난 사랑과 비슷한 감정으로 사랑이라고 포장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정말 사랑하고, 정말 존경하고... 정말 아낄 수 있는 사람과 살고 싶다.


그 사람은...


내 인생에 단 한번.

내가 인생에서 가장 순수했던 그 순간, 그 시절에 단 한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놓쳤고, 난 더 이상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사랑은 내가 가장 순수했을 때 느꼈던 사랑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바로 그러한 감정이다.


나이가 들고, 상황에 맞춰서, 대충 괜찮으면, 만나는 사랑으로 포장된 사랑이 아니고 말이다.

 


 

그냥 순수한 사랑.

사랑 그자체. 

난 그런 사랑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없다.

이제는 더 이상 그 때 그 순수했던 나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난, 그 사랑을 놓쳐서는 안됬다.


놓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난 놓쳤다.

인생에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 유일한 존재를 놓쳤던 것이다.

 

(속초 엑스포 공원의 전경. 속초는 참 시원하고 생각보다 고요했다. 성수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없었다. 엑스포 공원은 무료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에다가 하루 종일 주차를 하고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난 인생을 살면서 그런 감정을... 그 사람 단 한사람에게만 느껴보았다.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정도로 말이다....


내 인생이 영화와 같기를 바랬다.

그리고 내 인생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래서 사랑도, 영화처럼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과의 이별은,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라는 영화가 완전히 뒤바뀌게 만들어 버렸다.

더 이상 내 인생이 영화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그 현실을 하나 하나 씩 배우면서, 어찌보면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도 모두 허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생에 대해서 하나 씩 배워나가며 내 가족의 현실과, 내 인생의 현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난, 사랑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별로 사랑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이대로, 그냥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연기도 필요없고, 

적어도, 나에게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하며, 꾸미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싫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수 많은 행동들을 포장해가며, 아름답고 위대한 척 하는 것도 싫다.


다른 사람과 맞춰가며, 대충 저사람이 저정도 달려나가니, 나 역시도 그것에 맞춰야 한다는 헛된 의무감으로 사는 것도 싫다.


지금 주어진 인생은, 나의 부모를 위한 인생도 아니고, 나의 가족을 위한 인생도 아니다.

나의 지인을 위한 인생도 아니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위한 인생도 아니다.


지금 내가 살고 이 인생이라는 것은,

내 인생이다.


그리고, 그 인생에 대한 평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린다.

나에게 솔직하게 물었을 때, 만약 생각보다 내가 별로가 아니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지던간에,

내 스스로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았을 때 괜찮은 사람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필요없다.

난 평가 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 태어났을 뿐이니까 말이다.


사랑?

우정?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고, 우정을 나눈다면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사랑을 강요하고, 우정을 강요할 수 없다.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한다고 할 수 없으며, 친구의 어려움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없는데 우정이라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며, 우정이다.


하지만 세상이 가르치는 사랑과 우정이란,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친구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난, 그 세상의 이론에 따를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있기에, 이 세상이 있는 것이지, 이 세상이 있기에 세상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

그렇지 않은가...


나의 발걸음이 언제 멈춰질지 모른다.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먼 훗날이 될 수도 있다.


그 발걸음은 내가 정한다.

누군가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세상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인생을 서로 맡기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잘못을 타인에게 돌린다.


난, 이 세상의 기준과 이 세상의 논리가 나와 전혀 맞지 않다.


그래. 맞춰주면서 살았을 때는, 난 어찌보면 잘나가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맞추기 싫게 되면서 부터 나는 인생에서 뒤쳐진 낙오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그리고 미련없다.


그리고 미련 없는 이 마음 때문에,

세상사람들은 욕심 속에 시기하고 질투하며 살다가 평생을 살면서도 죽기 직전에나 깨닫는 진리를 나는 지금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나는 낙오자일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으로 족하다.


실수도 하고 살았고, 잘못도 하고 살았다.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고, 유혹에 빠져 방황하기도 했다.

용기를 내지 못해 수 없이 많은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가장 사랑받아야 할 존재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관없다.


이것들은 이 세상이 말하는 기준일 뿐이다.


난,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배웠고, 그리고 나는 발전했다.

과거의 내가 아픔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과거일 뿐이며,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사랑받지 못했다면 사랑받지 못한 것 뿐이고,

용기내어 사랑하지 못했던 사랑하지 못한 것 뿐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상처를 준 것 뿐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상처를 받은 것 뿐이다.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그랬을 뿐이고,

기회를 놓쳤다면, 그저 놓친 것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이루어진 지금의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내리는가.

 

그것 말이다.

 

난 세상 사람들에게는 0점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난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넌, 그냥 괜찮고 착한놈이야."

 

라고 말이다.

 

인생 여행의 끝이 다다를 때, 그리고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난 이제 나의 마지막을 위한 사색의 시간을 아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사색의 시간은, 내게 있어서 몇 안되는 즐거움이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달려왔었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넘어졌다.

나를 일으킨 것은 생각의 시간이었다.

나에 대해서 솔직하게 돌아보고, 인생에 대해서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간 말이다.

 

이 시간이 내게는 그 어떤 순간 보다 소중하다.

 

Written by K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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