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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를 하다가 자신이 신호위반으로 과태료를 내야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그러냐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원래 거기가 그렇게 가는 길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신호규칙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이 역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거기는 그 도로의 원래 사정을 모르는 초행자면 신호위반으로 걸릴 수 밖에 없는 위치야."

 

친구는 조금씩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무 억울해서 바로 경찰서에 전화했지. 그런데 과태료로 처리 안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거야."

 

그냥 조용히 듣고 있다가 그 때 갑자기 난 갸우뚱 했다.

 

"벌금?"

 

"그래. 신호위반 하면 벌금 내잖아."

 

난 물었다.

 

"벌금을 왜 내? 그냥 단순 신호위반 아니야?"

"신호위반 하면 벌금 내는 것 아니야?"

 

30키로 속도 제한 어기셨습니다. 과속으로 과태료 내세요.

 

난 답했다.

 

"인명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당연히 형사건도 아닌데 왠 벌금이야. 범칙금이겠지."

 

친구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벌금이나 범칙금이나 똑같은 것 아니야?"

 

"전혀 달라... ..."

 

대부분의 선량하게 살아온 국민들은 사실 벌금과 범칙금을 구분하지 못한다. 

 

"벌금내야 한다고 하던데. 과태료 안내고 이의신청하면 벌금내야 한대."

 

"니가 잘못들었겠지. 벌금이 아니라 범칙금이야. 니가 신호위반으로 사람 친 것도 아니잖아."

 

"그런 건 아니지. 진입금지 표시된 길을 들어갔을 뿐이야. 거기가 진입금지인지 난 몰랐다고."

 

"그럼 그냥 단순 신호위반이네. 그런데 무슨 벌금이야... ... 형사건도 아니고."

 

"내가...잘못들었나... ?"

 

"그렇겠지. "

 

 

친구는 억울한 듯 전화통화로 녹음 된 대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친구의 말과는 달리 경찰은 범칙금이라고 잘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쫄아서 과태료 냈어. 벌금 맞으면 안되잖아."

 

"그래 잘했어... ..."

 

난 추가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잘했다고만 말해줬다. 물론 신호위반을 잘했다라는게 아니라, 과태료 납부 처리한 것을 잘했다고 한 말이다.

 

그러나 친구의 신호위반 사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 역시 이것이 정당한 과태료 집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신호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내가 해 줄 말은 하나였다.

 

"어쩔 수 없지 뭐... ..."

 

만약 친구의 말이 가감 없는 진실이라는 가정하에 친구는 충분히 억울해 보였다. 내가 변호사도 아니고 판사도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친구는 어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신호위반을 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그 쪽 지리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한 실수였고, 그 신호위반을 했던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우스갯 소리로 "스타크래프트의 럴커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물었다.

 

"거기서 아마 너 말고도 신호위반으로 사람들 엄청 걸리겠는데?"

 

"아마 그럴거야. 그위치에서 단속하면서 과태료 쓸어담고 있겠지... ..."

 

사람들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신호위반이라는 규칙을 세웠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도로에서의 주행 중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때로는 "과태료를 내게 하기 위한 규칙" 이라는 것이 있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충분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신호 규칙에 대해 식별이 쉽도록 잘 크고 밝게 잘 부착해두거나 애매하지 않고 정확하게 사전에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들 말이다. 

 

나 역시도 초행길을 운전할 때면

 

"이렇게 가는 것 맞나?"

 

라고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 길로 가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음에도 불구하고 십 몇 분이 더 걸리는 길로 뺑 돌아서 간 적도 많다. 혹자는 내가 신호 표지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가령 유턴 표시가 있는데 아무리 봐도 유턴하기에는 도로 모양이 이상한 곳이 있고, 여기서 좌회전을 하라는데 좌회전을 하면 안될 것 같이 생긴 도로도 있다. 시속 30키로로 가라는데 산같은 언덕이어서 앞을 조심하는게 아니라 혹시 언덕길이라 속도가 붙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계기판을 수시로 보면서 더욱 위험하게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마치 서울이나 경기권 시내 도로들은 "과태료 안내기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곳 같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안전 운전하더라도 그 때의 도로 상황에 따라, 그 때의 주변 차량의 상태에 따라 서툰 판단을 하도록 만들어진 서바이벌 게임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수많은 운전자들은 이러한 실제 환경과 잘 맞지 않는 도로표지판들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면, "니가 운전 초보라서 그래." 라며 되려 무시를 당하거나 핀잔을 듣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운전을 오랫동안 해온 나도 가끔 "이게 맞아? 이렇게 가는게 맞아?" 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오히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하면 무시 당할까봐 입을 닫고는 한다.

 

친구가 법전을 잠시라도 펼쳐보고 이게 뭔가 하는 마음에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금과 범칙금은 하늘과 땅 차이의 제도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도 쉽게 혼용해서 쓴다는 것에 대해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

 

벌금이나 벌점이나 범칙금이나 다 그게 그것 아닌가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엄연히 다르고 심각한 건 벌금이며, 범칙금이나 벌점은 운전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으며, 과태료는 현실적으로 돈 만 낸다면 인생에 단 1%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것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운전을 하니 단순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납부가 잦아지거나 벌점이 누적되면 면허 정지나 면허 취소등의 강한 처벌이 있기는 하지만 과태료는 납부하면 그걸로 끝이다.

 

너무 서론이 길어져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시작도 못했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적도록 한다.

 

그래도 이 포스팅의 주제는 있어야 하니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나의 생각을 적자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제하는 국가가 만든 규칙에 그것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일때가 있다.

공무원들도 사람이고, 그들이 국가 최고 수준의 엘리트들도 아니다. 그런데 마치 그들이 만든 규칙은 내가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아닌 건 아니라고 따져묻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신이 크게 잘못한것이 아니라면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운전을 하면서 과태료를 얼마나 내는지 나는 그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른다.

하지만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한 건 국가세금이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이 천문한적인 과태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마치 그런 돈을 걷어가는 것이 당연한 자세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정당성을

 

"니가 잘못했잖아. 법을 어겨놓고 말이 많아?"

 

라는 말에서 찾는다.

 

 

일개 개인은 하나 하나씩 법의 오류나 맹점을 따져 묻기 어렵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거의 대다수의 자세일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생각보다 계획성 없이 만들어진 도로들이 많다.

그래서 운전하면서도 헷갈리게 만들어진 곳들이 많다. 나는 그쪽 지리를 잘알아서 지나가지만, 가끔 이런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운전 실수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들도 언젠가 거기서 범칙금이든 과태료든 내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걷어들인 세수로 엉뚱한 곳에 쓰는 현실.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국민들.

 

모든 규칙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규칙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오류나 불합리함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자신이 억울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따져묻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도 인터넷상에는 벌금, 범칙금 심지어 벌점 까지 서로 오인해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그런 단어들은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준다. 그래서 과태료 빨리 내면 몇프로 감면해준다니까 겁을 먹고 바로 납부를 한다.

 

아무리 자신이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법 상식에 대해서는 공부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자신의 권리도 찾을 수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규칙이 많아야 좋고, 규칙을 당연히 모두가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규칙이 많아질 수록 자신의 자유와 편안함은 오히려 통제받는다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가끔 변호사 패널들이 방송에 나와서 이건 위법이다 이건 합법이다 하면서 각종 사건 사고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을 보면 저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공감 못할 때가 많다. 그들은 이미 만들어진 규칙으로 해석을 해주는 것일 뿐 그것이 순수한 의미의 정의와 불의인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변호사가 결정해주는 그 결과물을 가지고 정의와 불의를 따진다. 그럴 때는 한숨이 나올때가 있다.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양자간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런 기회를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편리하게 부여받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

 

몇만원짜리 과태료로 긴 시간을 끌어가며 소송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 맹점을 이용한 과태료 납부들 중 분명  매우 큰 금액은 아무말 하지 못하고 어쩔 수없다는 마인드로 국민들의 비어있는 호주머니에서 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법은 정의가 아닌다. 공무원들이 정한 통제 규칙은 정의가 아니다. 

올바른 교육자들은 그런 것들을 젊은 세대들에게 교육을 해줄텐데, 과연 그런 선생님이나 교육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법이 순수한 정의였다면 위헌결정이나 법의재정이 왜 있겠는가. 

 

그 때 그 때 마다 바뀌는 것이 법이다.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억울한 건 억울하다고 자신의 의사를 밝힐 줄 아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세금장사를 쉽게 못하게 하며, 공무원들도 국민들 무서운 줄 알고 일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의사는 밝힐 줄 아는 국민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하기 싫다면 안해도 된다.

 

Written by Kavin

 

30 50 과속단속 한다면 당연히 지켜야지!

 

국가의 법을 시행할 때, 그 법이 국민 5000만명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법 재정 내용에 대해서 

"공무원 어르신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라는 시각으로 무지성 동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3050 과속 단속이 시작되었을 때, 그로 인해 발생될 수많은 불편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그건 아니라고 따져묻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불편하고 오히려 운전에 집중을 못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니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3050 과속 단속이 괜찮은 법이다 아니다를 결과론적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도로교통법이라면 국민들이 그 법을 재정함에 있어서 충분한 토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신중하게 법 재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일부 대중의 분위기 잡기와 언론의 선동에 휩쓸려서 자기 할 말 한 마디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숙이는 국민들의 자세가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내가 살던 구시대보다 요즘 사람들이 더더욱 자기 할 말 못하고 주눅들어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국가에 내는 모든 세금은 당연한게 아니다.

그 합리성과 타당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되야 선진 시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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